진짜 엄마란.."날 안아주는 사람" [책과 삶]
[경향신문]
누가 진짜 엄마야?
버나뎃 그린 글·애나 조벨 그림
노지양 옮김 | 원더박스 | 34쪽 | 1만3000원
아빠 손에 이끌려 친구 엘비 집에 놀러온 니콜라스가 묻는다. “두 분 중에 누가 너희 엄마야?” 엘비는 답한다. “두 분 다.”
어린 니콜라스는 조금 헷갈린 것 같다. 그럴 만도 하다. 니콜라스를 맞이한 엘비 집의 어른 두 명이 모두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아빠라고 추정할 만한 남성은 없었다.
니콜라스는 다시 ‘배 속에 너를 담고 있던 진짜 엄마’를 묻지만, 엘비의 애매모호한 답변은 이어진다. ‘청바지 입은 사람’ ‘머리카락이 어두운 색깔인 사람’이 엄마라고 말하지만, 두 여성 모두 그렇다. 엘비의 답변은 슬슬 자랑이 된다. 엘비는 엄마가 한 손가락으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이로 차를 끌 수 있고, 평범한 사람으로 변장한 해적이라고 주장한다. 엘비는 엄마가 고릴라 말을 하며, 코바늘로 해먹을 떠서 북극곰에게 선물했고, 거미들에게 거미줄 치는 법을 가르쳤다고도 자랑한다. 압권은 엄마의 취미가 ‘물구나무선 채로,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용 발톱을 깎아주기’라는 대목이다. 엘비의 밑도 끝도 없는 대답에 니콜라스는 슬슬 인내심을 잃어간다.
니콜라스는 아직 모른다.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모습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니콜라스와 같은 아이의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아봤을 엘비는 영리하다. 엘비는 “내가 무섭다고 하면 날 안아 주는 사람” “나를 침대에 눕히고 재워 주는 분” “자기 전에 잘 자라고 뽀뽀해 주는 사람”이 진짜 엄마라고 말한다.
유전자를 공유하든 하지 않았든, 피부색이 같든 다르든, 아이들이 원하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엄마고 아빠다. 아동학대에 대한 분노가 뜨겁지만, 입양 여부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도 엘비는 알려준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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