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중산층의 자녀 교육, 결과는

입력 2021. 1. 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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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2000년대 출생자들, <링링허우(零零後)> 의 세계
[천춘화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HK연구교수]
"열심히 돈 벌어서 내 집 마련하기가 더 이상은 인생의 목표가 아니야!"

다큐멘터리 영화 <링링허우(零零後)>를 접했다면, 이 말은 영화에 등장하는 링링허우들을 놓고 한 말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링링허우란 중국에서 2000년대(2000~2009)에 태어난 세대를 이르는 말이다. 화제의 다큐멘터리 영화 <링링허우>를 다시 살펴보자.

다큐멘터리 영화 <링링허우(零零後)>

영화 <링링허우>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베이징사범대학 교수이기도 한 장퉁다오(張同道)가 2006년부터 12년 동안 2001년에 태어난 18명의 어린이들을 추적 촬영하여 그들의 성장기를 기록한 다큐이다. 2019년에 그는 그동안 촬영을 이어온 아이들 중 두 명을 주인공으로 선정하여 그들의 성장기를 한 편의 영화로 마무리했고 영화의 제목을 <링링허우>라고 붙였다.

▲ 다큐멘터리 영화 <링링허우> ⓒ记录电影
장퉁다오가 당초 이 다큐를 기획하게 된 것은 똑같이 2001년생인 자신의 아들을 보면서 다른 세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0년대 생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로 결심한 그는 촬영에 응할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여러 명의 아이들을 동시에 촬영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다보니 자연 어린이집이 물망에 올랐고, 그러나 그의 이런 기획에 관심을 보이는 어린이집은 없었다. 결국 그는 지인이기도 했던 파쉐위안(芭學園) 원장의 동의를 얻어 촬영을 진행하게 된다.

장퉁다오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파쉐위안이라는 유치원이 촬영 장소로 선정됨으로 하여 그의 이 다큐는 베이징의 중산층이라는 특정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게 된다. 파쉐위안은 마리아 몬테소리(Maria Montessori)의 몬테소리법 교육 방침을 교육 이념으로 내걸었던 신형의 사립유치원이었다.

교육 이념은 물론 교사와 보육교사를 비롯한 여러 면에서 우월한 환경을 자랑했던 이 유치원은 국공립에 비해 단연 높은 비용이 요구되었다. 그러다보니 이 원에 보내지는 아이들은 모두 비슷한 가정환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보통의 가정들보다는 높은 수입을 가지고 있는 소위 말하는 중산층이었던 것이다.

처음 촬영을 시작하였을 때는 18명의 어린이가 촬영에 응했지만 12년이라는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에 일부는 촬영을 중단했고 또 일부는 해외로 이주하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최종적으로 기록에 성공한 아이는 10명 내외에 불과했다. 그중에서 그가 영화에 등장시킨 아이는 두 명이었다. 하나는 어렸을 때부터 '조무래기 대장'으로 활약하였던 남자아이였고 또 하나는 '공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극히 예민한 성향의 여자아이였다.

영화 <링링허우>는 이렇게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사회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지에 주목한다.

교육 시스템, 제도 내적인/외적인

영화의 주인공들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두 전형이기도 했다. 남자아이는 외향적이고 주도적이며 항상 앞장서기를 좋아하는 에너지 넘치는 타입이었고 그에 비해 여자아이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혼자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였다.

두 아이는 모두 개성이 너무 뚜렷한 존재들이었고 이런 뚜렷한 개성은 그들의 순탄치 못할 학교생활을 예정하고 있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두 아이의 학교생활은 암울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즐겁고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던 남자아이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소위 말하는 '문제아'가 되었다. 모든 것을 오로지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공교육의 시스템 속에서 성적이 나쁜 아이는 낙오자가 되었고 '문제아'로 전락하였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그때 그에게 인생의 전환기를 만들어준 것은 럭비였다. 미국유학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럭비는 결국 그를 럭비선수의 길로 이끌었다. 3년의 노력 끝에 럭비 국가대표선수로 발탁되었고 세계 럭비대회에 출전하는 영광까지 누리게 된다. 럭비에 대한 꿈을 안고 그는 예정대로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반면에 처음부터 국제학교를 선택한 여자아이의 경우는 수학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오르지 않는 수학 성적으로 고민하던 그들도 결국 조기유학을 선택한다. 어린 나이에 해외유학길에 올랐고 홈스테이를 세 번씩 옮겨가면서 갖은 고생을 한다. 학교에서의 성적은 모두 'A' 였지만 사회교류와 생활에 문제가 있었다.

너무 어린 것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존재했지만 결국 그녀는 네 번째 홈스테이 가정에서 정착하는 데에 성공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퍼듀대학 교육학과에 입학하였다.

미국 유학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그리고 누구나 다 미국유학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 <링링허우>가 논란이 되었던 것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였다. 실제 사례를 통해 교육이라는 것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하고 바라보게 하는 다큐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재력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었기에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촬영했던 18명의 아이들 중 대부분이 미국과 캐나다에 유학 중이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교육'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은 분명하다.

'링링허우'라는 신세대

링링허우가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그들만의 뚜렷한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생인 '바링허우'(八零後)나 90년대 생인 '지우링허우'(九零後)의 대부분은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외아들, 외딸로 키워졌고 그들을 지칭하여 '소황제(小皇帝)', '소공주(小公主)'라고도 한다. 이들 세대 역시 중국의 급속한 성장 속에서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 자랐지만 이들이 누린 것과 링링허우들이 누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링링허우들은 2008년 올림픽을 유년 시절에 경험했고 '강대국으로서의 중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어려서부터 해외여행을 경험하면서 견문을 넓혔고 사유가 개방적이다. 무엇보다도 그들만큼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는 없다. 2000년대 생인 이들을 지칭하여 '모바일 인터넷 원주민'이라고도 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여러 면에서 바링허우, 지우링허우들을 월등하게 초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예술적인 소양이 그들의 윗세대를 훨씬 초과하고 있고 개별적인 노력과 성취를 높이 평가하며 취미생활이 다양하고 풍부할 뿐만 아니라 윤리‧도덕적인 측면에서도 균형적인 발전을 보였고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공감능력 또한 높다고 나와 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들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개방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며 국제화에 적합한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고 판단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링링허우>가 보여주는 것은 베이징의 중산층이라는 제한된 범주이지만 이들이 경험하는 시대가 바링허우나 지우링허우가 경험했던 시대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이들이 이러한 균형적인 발전과 올바른 관념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부모세대와도 중요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들의 부모 세대들은 60년대 후반이나 70년대 초반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중산층에 속하는 이들 대부분은 유산이나 상속보다는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그들은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고 삶에 대한 정확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영화 <링링허우>의 부모들의 모습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던 것은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정의였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물질적인 풍족함보다는 심리적인 안정과 정신적인 풍요로움이었다.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었을 때 인간은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지향한다. "열심히 돈 벌어서 내 집 마련하기가 더 이상은 인생의 목표가 아니야!"라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 놓이는 것이다. 중국의 링링허우들 중에도 내 집 마련이 꿈인 사람들이 아직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선언은 적어도 중국의 풍요로움을 말해주는 또 다른 징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천춘화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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