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스토리] 30년 공직맨의 '혁신 2라운드'..공무원 따뜻한 노후 지킴이로

2021. 1. 2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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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2000억 큰 살림 안정 운용에 중점
지난해 코로나19에도 사상최고 수익률
공직생활 30여년 행안부 제2차관 역임
공단으로 자리 옮겨 '일신우일신' 혁신
탄력적 포트폴리오·성과보상 체계 도입
공무원연금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심혈
공기관·지자체 보유 빈집·유휴시설 활용
별도의 예산 투입없는 복지시스템 개척
공직 경력만 30년이 넘는 정남준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운용자산 8조원 규모의 공무원공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 이사장이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정남준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은 공직 경력만 30년이 훌쩍 넘는다.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 총무처에서 사회의 첫 발을 내딛었다.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고, 참여정부 때는 행정자치부 공보관 등을 거쳐 행정안전부 제2차관을 지내는 등 30여년을 공직에 머물렀다.

공무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뼛속까지 공무원인 그는 2018년 공무원연금공단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운용자산 약 8조2000억원 규모의 공무원 연금을 책임지고 있는 정 이사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코로나에도 사상 최고 수익률=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약 10.8%라는 사상 최고 운용 수익률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장기적 관점으로 약 5%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하되 탄력적인 포트폴리오로 수익률을 향상시킨 덕분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리는 등 주식시장이 매우 좋았으나 공무원연금공단은 시장의 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정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했다”며 “다만 이러한 방침을 기본으로 하되, 임직원들에게 탄력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도록 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 시스템을 확실하게 도입하자 2년 연속 사상 최대 성과를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그는 “공무원 사회를 너무나 잘 알기에, 내부적으로는 창의적,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마련하는데 주력했고, 외부적으로는 공무원 연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매진했다”며 “특히 연금 수령자들의 불만, 일반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 등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퇴직 공무원은 2015년 공무원연금법 개정 이후 연금액 인상 동결에 불만이 커지고 있었고, 재직 공무원은 연금지급률 하락에 볼멘 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더해 일반 국민은 공무원 연금과 국민연금과의 격차를 지적하며 비판의 소리를 내는 등 여론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노노(老老)케어, 도농(都農)상생 등 ‘튀는’ 복지모델 제시=이런 문제에 대해 정 이사장은 “성과에 따른 보상 등 임직원들의 혁신을 통해 기금 운용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한편 연금 대상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협력 사업을 만들었다”며 “결국 이 같은 노력이 공무원 연금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것이란 전략 아래 실행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 이사장은 별도 예산 투입이 없는 새로운 복지 모델인 공유복지를 제시한 일을 내세웠다. 연금 지출액이 수입액을 초과하는 부분 만큼을 정부 보전금으로 충당하는 상황에서, 예산을 투입한 새로운 복지서비스를 개발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공공기관·지자체가 보유한 농촌의 빈집, 연수시설 등 유휴자원을 활용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은퇴자 공동체 마을 조성이 대표적이다. 그는 “현재 공무원연금생활자가 57만명을 넘어서는 등 연금지급액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복지 서비스를 위한 예산 확보가 어렵다”며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은퇴 공무원들에게 농촌의 빈집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은퇴자 공동체 마을 조성 사업으로, 노·노(老·老) 케어, 도·농(都·農) 상생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은퇴자 공동체 마을은 지난해 말 현재 19개 시군에서 27개 마을이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는 23개 시군에 35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특히 공무원 연금 수령자 외 타 공적 연금 생활자 및 일반 국민에게도 입주 기회를 30%까지 확대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지자체·공공기관의 휴양·연수시설을 활용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정 이사장은 “지자체·공공기관의 휴양 및 연수시설은 여름 휴가철 등 특정시기를 제외하면 대체로 활용도가 높지 않다”며 “기관 간 협약을 통해 유휴시기에 휴양·연수시설을 개방, 공유해 공공자원의 낭비를 방지하고 전현직 공무원의 복지 증진을 도모했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 추진 과정의 어려움도 있었다. 그는 “각 기관의 보유시설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관 직원들이 반대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어떤 기관은 노동조합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반대해 추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기관을 직접 방문해 시설 공동 활용의 취지를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물론 유휴기간 위주의 시설 개방 등으로 보유 기관의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는 점을 설득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쳤다”고 강조했다

▶조직문화 혁신하며, 4차산업혁명 시대 준비=정 이사장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강조하며, 조직 문화 혁신에 나섰고, 임직원간의 소통에도 중점을 뒀다. 공무원연금공단은 30대 이하 직원이 44.8%(264명), 입사 3년 내 직원이 22.9%(135명)에 이르는 등 인력 구성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즉 연령과 직급 간 인식 차이를 좁혀야 조직 문화 혁신이 가능했다.

이를 위해 정 이사장이 스스로 나서 임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갖는 한편 연령과 직급 간 대화의 시간을 만들어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특히 공무원연금공단은 본사를 제주도 서귀포시로 옮겨오며 생활 터전을 이전한 임직원들이 많기에 소통에 더욱 신경을 썼다.

본사는 제주로 이전했으나 각 지사는 전국 곳곳에 있기에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온라인을 활용해 네트워크를 다양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정 이사장은 “제주 근무에 어려움을 느끼는 직원들은 지사 인사이동 등을 통해 극복해가고 있다”며 “즐겁고 재밌는 직장이 돼야 일의 성과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무원연금공단은 4차산업혁명 시대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공공기관과 기업 등에도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무원 주거지역 분포와 소득수준의 분석을 통해 지역별 임대주택 수요를 예측하고 있다”며 “과거 누적된 60만건의 민원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민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데이터 기반의 업무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뉴 노멀(New Normal)’에 대비해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업무 처리, 화상회의 시스템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디지털 신기술을 융합한 고객 서비스 혁신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무원연금공단은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부응, 해외 연기금과의 교류를 통해 우수 연금제도를 공유하는 등 행정 한류를 전파하기도 했다.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미얀마,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 온라인 컨설팅을 실시, 종합 복지 서비스 기관으로서 위상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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