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네트워크] 베르너-하베르츠는 실패작? 첼시 활용법부터 문제다

김현민 2021. 1. 2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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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글: 네이선 에반스/편집: 김현민 = 첼시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들여 야심차게 영입한 티모 베르너와 카이 하베르츠가 부진에 빠지며 실망만을 안기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적합한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작년 여름 분데스리가에서 영입된 티모 베르너와 카이 하베르츠는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남긴 기록을 보면 두 선수 모두 제대로 활용될 경우 앞으로 첼시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자원들이다.

베르너와 하베르츠는 첼시 팬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점차 부담감만 더해가고 있다. 둘 모두 PL의 거친 플레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이것이 전부 선수 개인의 잘못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라이프치히에서의 베르너, 레버쿠젠에서의 하베르츠를 각각 돌아보며 첼시가 어떻게 이 두 선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


# 터보 티모

베르너는 이번 시즌 첼시 소속으로 공식 대회 27경기에 출전해 9골 5도움을 기록했다. 기록상으로 138분당 하나의 공격포인트는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162분당 하나의 공격포인트)보다도 나은 활약이다.

베르너가 이번 시즌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것이 15경기,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것이 11경기. 바로 여기에 베르너 활용법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있다. 뛰는 위치가 계속 바뀐 탓에 적응이 더 어려워진 것이다. 라이프치히 소속일 때는 왼쪽 측면 공격수로는 뛰어본 일이 거의 없다. 베르너에게 완전히 낯선 포지션이다.


라이프치히에서 150경기 넘게 소화한 베르너가 왼쪽 측면에서 뛴 건 9경기에 불과하다. 중앙 공격수가 주 역할이었다. 베르너가 최전방에서 남긴 기록은 유럽 최고 수준이다. 특히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는 34경기에 출전해 28골 8도움을 기록했는데, 이 중 30경기에서 중앙 공격수 역할을 소화했다. 전진하는 공격수 역할이 라이프치히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데 결정적이었다.

지난 시즌 유럽 5대 리그에서 돌파 후 공격포인트(돌파 = 5미터 이상 드리블로 전진)를 가장 많이 기록한 선수가 바로 베르너다. 이 기록만 봐도 베르너가 어떤 플레이를 즐기는지 알 수 있다. 더 높은 곳, 더 중앙 쪽에서 공을 잡아 빠른 속도로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 첼시에서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 공을 잡는 위치가 라이프치히 시절과 비교해 너무 아래 쪽이라 공격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4-3-3 포메이션의 왼쪽 공격수 역할을 맡다 보니 수비에도 가담해 풀백까지 보호해야 한다.

베르너의 포지션 변화를 요구하는 건 첼시 팬들만이 아니다. 베르너와 라이프치히에서 2년 반을 함께했던 랄프 하센휘틀 현 사우샘프턴 감독 또한 프랭크 램파드 첼시 감독의 베르너 활용법을 비판했다. 하센휘틀은 "베르너가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서 뛰게 할 필요가 있다. 내가 보기에 베르너는 유럽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진에 베르너의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현재 다른 PL 공격수들에 비해 골 결정력이 떨어진다. 이미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놓쳤고, 이것이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져 출전 기회도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슈팅 회수 자체도 크게 줄어들었다. 공식 대회를 기준으로 첼시에서 베르너는 90분당 2.7회의 슈팅만을 기록 중인데, 라이프치히 시절에는 90분당 4.1회의 슈팅을 기록했다. 90분당 드리블과 페널티 박스 안 볼 터치도 줄었는데, 이는 포지션 변화의 영향도 있다.


# 카이 하베르츠 - 만능 열쇠

하베르츠는 2016년 당시 17세의 나이로 데뷔했을 때부터 '만능 열쇠'로 불렸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분데스리가 최연소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성장했고, 21세가 되기도 전에 이미 레버쿠젠 소속으로 분데스리가 114경기 출전에 35골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18/19 시즌의 17골은 10대 선수의 분데스리가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이 됐다.

레버쿠젠에서 스타로 떠오르면서 빅 클럽으로의 대형 이적은 시간 문제가 됐고, 결국 작년 여름 첼시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첼시에서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작년 11월 코로나 감염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고백한 하베르츠는 작년 10월 이후 한 번도 PL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11월부터 지금까지 PL에서 570분만을 소화하며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오른쪽 측면 공격수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하베르츠도 베르너와 마찬가지로 PL의 거친 몸싸움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 첼시 입단 초기에는 하베르츠가 너무 말라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와 별개로 레버쿠젠에서 보낸 지난 4년과 첼시에서의 역할은 다른 게 사실이다.

하베르츠는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에서 뛰지 못하고 있다. 공식 대회 23경기 중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건 11경기뿐이다. 그 11경기에서 702분을 소화하는 동안 하베르츠는 4골 4도움을 기록했다. 반슬리와의 리그컵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으니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세비야, 크라스노다르, 크리스탈 팰리스, 웨스트 브롬을 상대로 적절한 시점에 도움을 올린 것은 하베르츠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때는 87분마다 공격포인트를 올린 하베르츠가 최근 10경기 중 이 포지션으로 출전한 것은 3경기밖에 되질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본인이 익숙하면서도 잘 하는 포지션에서 뛰질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시즌 레버쿠젠에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던 하베르츠다.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2018/19 시즌의 맹활약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는 많은 시간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움직이는 공격수 역할을 소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첼시에서는 하킴 지예흐가 맡고 있는 역할이다. 하베르츠는 분데스리가에서 원톱으로도 8경기에 출전해 브레멘, 묀헨글라드바흐를 상대로 멀티 골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베르츠가 어떤 포지션에서든 가장 즐기는 플레이는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로 치고 들어가 득점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레스터에 0-2로 패한 경기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상대 풀백 제임스 저스틴을 끌어냈고, 가슴으로 공을 컨트롤한 뒤 크리스천 풀리식에게 빠르게 패스를 연결한 것이 칼럼 허드슨-오도이의 슈팅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이 경기 첼시의 가장 좋은 공격 장면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첼시의 주전을 꿰차기에는 이러한 천재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첼시가 간과하는 하베르츠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공중 경합 능력이다. 하베르츠는 마른 신체에도 공중에서 위협적인 선수다. 모컴과의 FA컵 3라운드에서 터트린 헤더 골은 하베르츠의 위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활약을 살펴보면 하베르츠는 첼시에서 베르너 아래에 자리하는 처진 공격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베르츠가 따낸 공중볼을 베르너가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베르츠 자신도 레버쿠젠에서 공격수 역할을 맡았을 때 8경기 출전 8골을 터트렸다.


# 포메이션

첼시는 최근 PL에서 경기력과 결과 모두 좋지 않은 상황이다. 램파드 감독은 승리 공식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첼시가 이번 시즌 PL에서 같은 공격진을 두 경기 연달아 기용한 것은 네 번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4-3-3 포메이션이 결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변화가 요구되는데, 4-2-3-1 포메이션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베르너와 하베르츠의 활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격에서 더 유연한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겠지만,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하베르츠와 베르너는 독일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고, 각각 레버쿠젠과 라이프치히 공격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던 선수들이다.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며 움직이는 것이 득점 기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의 첼시에는 한 포지션에만 고정되어 있을 필요가 없는 공격 자원들이 아주 많다. 지예흐, 풀리식, 허드슨-오도이 모두 잦은 스위칭으로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아직까지 램파드 감독 밑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


# 결론

첼시 팬들에게 필요한 것은 베르너와 하베르츠의 적응을 기다려주는 인내심이다. 더 꾸준하게 출전하고 자신들에게 맞는 포메이션과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활약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다. 만약 이런 전술적인 지원 속에서도 발전이 없다면 그 때서야 선수의 실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전에는 영입 선수를 부진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결과가 좋지 않다. 케빈 데 브라이너와 모하메드 살라와 같이 첼시를 떠난 선수들만 보더라도, 너무 쉽게 선수를 쫓아낸다면 머지 않아 첼시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번역: 이용훈(스태츠퍼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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