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엔 10여명 지금은 3명"..어느 시골학교 '마지막 겨울방학' [Re의 시대-인구 데드크로스 비상④ 공동체 회복(recovery) 필요]

2021. 1. 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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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강동면 모서분교 3월 폐교
3km 떨어진 모아초교로 다닐 판
주민 상당수 홀로사는 할머니들
경주 합계출산율 경북 최저수준
시민 "일-가정 양립 어렵다" 한숨
출산장려금·기업 인센티브 한계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에 위치한 모아초등학교 모서분교장. 2021년 3월 폐교되는 분교장의 텅빈 운동장에는 학생들의 발이 돼 준 스쿨버스 한 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위쪽).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에 위치한 모아초등학교 모서분교장의 주변 가옥들 모습. 단층집들 사이로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김지헌 기자

“5년 전부터 급속도로 줄었어요. 10여명이었던 학생이 3명까지 줄었지. 섭섭해도 어쩌겠어요. 태어나는 아이가 주변에 없는 걸.”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의 모아초등학교 모서분교장 텅 빈 운동장에는 학생들을 이송했던 스쿨버스 한 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올해 3월 폐교를 앞둔 마지막 겨울 방학이라 학교에 오는 학생이 없었다.

이 학교를 지키는 40대 관리 직원 이모 씨는 “이곳을 다니는 학생은 총 3명(3,4,6학년 1명씩)인데 분교장이 폐교되면 여기서 3㎞ 떨어진 모아초등학교에 옮겨 다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온이 살짝 올라가는 오후 2시가 되자 학교 운동장을 한바퀴 돌러 나온 70대 할머니 2명을 만날 수 있었다. 두 할머니 모두 “자식 3명을 이곳에서 키웠다”며 “지금 그 아이들이 40대가 됐다”고 말했다.

박모 할머니에 따르면 50년 전 처음 이 동네에 시집왔을 때만 하더라도 150여명의 학생이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5년전부터 급속히 학생이 줄어 10여명만 남더니, 올해는 폐교까지 결정됐다는 것이다.

박 할머니는 “일할 곳도, 마땅히 아이를 키울 곳도 없을 만큼 개발이 안 됐기 때문에 아이들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으니 젊은 사람들이 올 일이 없고, 학교 주변에 기업체도 없으니 젊은 부부의 벌이도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현재 이 학교가 있는 경주시 강동면 모서안길에는 150여 가구가 있는데, 상당수가 70~90대의 홀로 사는 할머니들이라고 한다.

박 할머니는 학교 학생이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그는 “너무 섭섭하다”며 “오죽했으면 내가 주변 동네 사람들에게 모서분교로 애들 보내라고 찾아가서 통사정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주시는 2019년 기준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942명이다. 경상북도 전체 합계출산율인 1.089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경상북도 내 23개 시·군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주시는 폐교도 잇따르고 있다. 2000년 이후 폐교된 초등학교가 15개인데 이 중 9개가 2010년 들어 사라진 학교들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주민등록상 경주시 인구는 25만3502명으로, 2019년 12월(25만5402명)에 비해 19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역 사회내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난해 7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저출산 위기에 대응하고자 4차례에 걸쳐 20~50대 일반 시민들을 모아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임신·출산과 관련해 전체 여성의 36%가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고, 여성의 12%는 “출산장려 정책이 부족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렵다”는 여성들의 얘기에 대해 경주시는 ‘출산휴가·육아휴직 100% 준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을 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출산장려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경주시는 면밀히 숙고 중이다. 당시 토론회에선 “현재 경주시는 3명 이상 낳게 되는 아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돼 있는데, 합계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셋째 아이보다는 둘째 아이부터 혜택을 강화하는 게 낫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경주시는 경주시는 출산장려금은 첫째 자녀 출산시 30만원 한번, 둘째 자녀 출산시 20만원씩 1년간 총 240만원, 셋째 자녀 이상부터는 월 50만원씩 3년간 총 1800만원을 지원한다.

김근태 고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출산장려금이나 기업 인센티브 등으로 유인책을 만들지만 다소 한계는 있어 보인다”며 “아이를 낳을 젊은 사람들이 모이기 위해서는 결국 이들이 모일 일자리가 중요한데, 어떻게 일자리를 늘릴지는 국가 정책과도 연결된 문제라 경주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주=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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