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초라함은 물욕서 나온다"는 말씀.. 저의 30년 경찰생활 '버팀목'

기자 2021. 1. 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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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전현충원에 계시는 아버지께 새해 인사를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제게 해준 말씀은 "비록 아비가 이리 초라해 보여도 넌 국립경찰이니 초라하면 안 된다. 경찰의 초라함은 사적 물욕에서 나오니 절대 초라하지 말라"였습니다.

그렇게 수개월 병상에 계시던 아버지는 2007년 초여름 아무 말씀 없이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말씀대로 30여 년 동안 경찰 생활 초라하지 않았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기간도 결코 초라하지 않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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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박종열(1932∼2007)

국립대전현충원에 계시는 아버지께 새해 인사를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수원에서 내려오는 이 길이 멀다고 생각한 것이 저의 나태함이고 교만이었음을 현충원에 들어서자마자 느꼈습니다. 계룡산 골짜기에 온통 흰 눈이 쌓여 아버지 묘 일대를 병풍처럼 둘러서 있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6·25 전상군인입니다. 20세 그 푸른 청춘 때 적의 포화에 한쪽 눈을 실명해 평생 업신여김과 가난을 지고 사셔야 했습니다. 어릴 때 또래 아이들이 ‘개눈박이’라고 놀릴 때마다 창피함과 말 못할 울분에 많이 힘들었지만, 아버지는 공장 허드렛일 하는 경비, 행상 등 너무도 열심히 사셨기에 저는 막연히 견뎌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1987년 저는 경찰에 입문했습니다. 순경 임용을 받은 날 아버지가 너무도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셨는데, 눈물이 한쪽 눈으로만 흐르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제게 해준 말씀은 “비록 아비가 이리 초라해 보여도 넌 국립경찰이니 초라하면 안 된다. 경찰의 초라함은 사적 물욕에서 나오니 절대 초라하지 말라”였습니다.

어느 날 평생 술·담배를 안 하셨던 아버지께서 보훈병원에 이송되셨는데 이미 위암 말기에다 머릿속에 제거하지 못한 포탄 파편도 있어 손쓰기 힘든 상태라는 의료진 진단이 나왔습니다. 아버지께서 평생을 머릿속에 파편이 박힌 채 사신 걸 처음 알았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데 병실의 아버지는 6·25전쟁 옛 전우들과 함께 있어 재미있다며 제게 애써 즐거운 표정을 보이셨습니다. 그 병실에는 아버지보다 대여섯 살쯤 많은 어른이 계셨는데 전쟁 때 후송돼 평생 퇴원하지 못하고 총각으로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했던, 우리가 감사해야 할 수많은 분이 70년간 불구의 몸으로 결혼도 못 하고 홀로 보훈병원에 계십니다.

그렇게 수개월 병상에 계시던 아버지는 2007년 초여름 아무 말씀 없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대전현충원에서 영면하고 계십니다.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말씀대로 30여 년 동안 경찰 생활 초라하지 않았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기간도 결코 초라하지 않게 살겠습니다. 아버지! 편히 쉬십시오.

셋째 아들 국립경찰 경감 박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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