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너 박원순의 힐링북>한겨울에도 웃어주는 꽃처럼.. 한결같은 삶 살고 싶어라

기자 2021. 1. 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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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수목원 온실엔 동백꽃이 한창이다.

가드너들은 겨울에도 매일 아침 수많은 식물에 물을 주고, 시든 꽃과 잎들을 깨끗하게 정리하며, 무성하게 자란 가지들을 잘라 준다.

동백꽃은 제주의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수녀님은 "바람 부는 겨울에도 따뜻하게 웃어주고 내 마음 쓸쓸한 날은 어느새 곁에 와서 기쁨의 불을 켜주는" 동백꽃처럼 한결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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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지금 수목원 온실엔 동백꽃이 한창이다. 겨울에 꽃을 피우는 다른 꽃도 많다. 열대 온실엔 빨간색 칼리안드라 꽃과 분홍색 하와이 무궁화가, 지중해 온실엔 노란색 꽃을 피우는 아카시아 종류들과 주황색 꽃을 피우는 알로에가 있다. 가드너들은 겨울에도 매일 아침 수많은 식물에 물을 주고, 시든 꽃과 잎들을 깨끗하게 정리하며, 무성하게 자란 가지들을 잘라 준다.

온실 한구석에 반려식물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는데, 그곳에도 아주 우아하게 자란 동백나무가 전시돼 있다. 필 듯 말 듯 색을 내비치는 동그란 꽃봉오리도, 활짝 피어 풍성한 노란 수술이 돋보이는 빨간 꽃잎도, 어느새 툭툭 바닥에 떨어진 꽃 뭉치들도 모두 애틋하고 예쁜 동백꽃이다. 진 꽃들도 그냥 버리지 못하고 수반에 띄워 놓거나 테이블 한쪽에 가지런히 모아 두곤 한다.

동백꽃은 제주의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가드너로 새 출발을 하겠다며 제주로 건너가 처음 맞이한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제주에 눈이 그렇게 자주 오는지도 몰랐다. 어느 날 아침 새하얗게 눈밭이 돼 버린 마당 한편에 거짓말처럼 피어난 빨간 동백꽃을 잊을 수 없다. 그리움과 외로움이 컸던 탓일까. 꽃이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고 신기했다. 이렇게 동백꽃을 대하는 마음은 이해인 수녀님의 책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마음산책)에 잘 나타나 있다.

수녀님은 “바람 부는 겨울에도 따뜻하게 웃어주고 내 마음 쓸쓸한 날은 어느새 곁에 와서 기쁨의 불을 켜주는” 동백꽃처럼 한결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수녀님의 시와 산문 속에는 곳곳에 큰 위로를 주는 식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광안리 바닷가 소나무는 꼿꼿하게 서서 수녀님의 50년 수도생활을 지켜주었고, 정원에 봄마다 피어나는 살구꽃은 사무치게 그리운 친구를 떠올리게 했다. 또 생일날 80세 노수녀님이 선물로 ‘꽃구름’ 꽃밭에 심어준 빨간 튤립 두 송이는 수녀님 마음을 온통 꽃밭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가끔 꿈속에서 만나는 어머니를 너무나 그리워하는 수녀님은 “엄마를 보고 나면 모든 일이 다 잘될 것 같고 모든 근심이 다스려지고 금방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외로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요즘, 수녀님의 글은 진한 울림을 주며 마치 옆에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시는 것만 같아 따뜻하고 가슴이 찡하다. 꽃은 기도이자 사랑이라는 수녀님의 표현대로라면, 꽃들을 계절마다 정원에 심어 선보이는 가드너의 일도 참 고귀하다는 생각에 마음마저 경건해진다. 따뜻한 위로와 영감을 주는 정원을 넘어 “삶의 정원을 순간마다 충실히 가꾸라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새겨듣고, 웬만한 일은 다 용서할 수 있는 넓은 사랑을 키워 가라”는 말씀도 가슴 깊이 와 닿는다.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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