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중국이 美 대신하면 좋겠나?"..동맹 모아 中 압박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21. 1. 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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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일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은 전 세계 민주주의의 상징이란 미국의 자부심에 상처를 냈다. 독재·전체주의 국가에서 조롱이 쏟아졌다.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되찾으려는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은 시작도 전에 꼬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철칙은 전 세계의 인정을 받는 미국 리더십의 복원이다. 바이든은 2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우리는 동맹을 복원하고 다시 한 번 세계와 교류할 것이다" "평화, 전진, 안보를 위한 강력하고 신뢰할 수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 임기를 마치고 워싱턴을 떠난 4년 전과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나라가 많아졌다. 중국은 목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했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최대 위협이다. 세계 여러 곳에서 미국보다 중국의 말이 더 잘 먹힌다. 바이든 행정부는 왜 세계에 미국의 리더십이 필요한지 이해시켜야 한다. 미국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국가엔 이렇게 반문한다. "중국이 미국 자리를 대신하면 좋겠는가?"

조 바이든이 20일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선서가 끝나자마자 트럼프 시대 정책들을 줄줄이 뒤집었다. 거의 유일하게 계승한 트럼프의 유산은 중국 견제 기조다. 미국 언론에선 "중국 문제에서만큼은 ‘팀 바이든’과 ‘팀 트럼프’가 같은 편에 있다"는 평이 나온다.

물론 중국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두고는 양쪽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4년 내내 미국의 이익만 앞세우며 ‘미국 우선주의’와 ‘일방주의’를 고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 파트너의 존재와 역할을 중시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결속과 공조를 통해 대중 압박 정책을 펼 것이란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조 바이든이 20일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트럼프 중국 강경책 옳았다" 인정…"단, 동맹과 함께"

‘팀 바이든’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인 19일 열린 상원 인사 청문회에서 하나같이 대중 강경론을 폈다. 장관 후보자 대부분이 트럼프의 대중 강경 기조가 옳았다고 인정했다. 방법면에서 동맹·파트너와의 협력을 강조하며 거리를 뒀을 뿐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이 미국에 가장 중대한 도전 과제라는 것은 틀림없다"고 했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서 중국이 과거 손을 감추고 시간을 벌던 기조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세계의 지도국이 되려고 나섰다고 평했다. 블링컨은 망가진 미국 외교를 되살리고 공동 전선을 구축해 중국 위협에 맞서겠다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후보자는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했다. 러시아도 미국에 위협이지만 러시아는 쇠락하고 있고 중국은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된 애브릴 헤인스는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을 적으로 규정했다. 중국과 협력할 분야도 있지만, 방첩 등 일부 문제에선 중국이 명백히 미국의 적이란 것이다. 헤인스는 "공격적인 중국이 가하는 위협에 맞서 미국도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며, 중국을 다루는 데 더 많은 자원을 쏟겠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영국이 추진 중인 D10(민주주의 10국) 연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오는 6월 G7(주요 7국)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한국·인도·호주를 초청해 D10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중국을 의식해 민주주의 동맹을 강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 맞춘 것이다.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트럼프의 중국 정책은 실패했으며 이제 양국이 협력할 때라고 말한다. 중국은 그저 트럼프 행정부의 도발에 맞대응했을 뿐이란 것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측의 공동 노력 아래 중·미 관계에서 선량한 천사가 사악한 세력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인권 탄압 격돌…中 "내정 간섭" 반발

인권은 바이든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이 가장 격렬히 충돌할 가능성이 큰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중국의 인권 탄압 행위를 비판했다. 중국 정부가 1989년 베이징 톈안먼광장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했을 때는 민주주의 가치를 전파하는 방송국 설립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정부 기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뉴스 매체 ‘RFA(라디오 프리 아시아)’의 시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소수민족 인권 탄압도 수차례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8월엔 신장 지역 무슬림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인권 억압을 ‘대학살(genocide)’이라 불렀다. 2019년 11월엔 트위터에 "중국이 약 100만 명의 위구르 무슬림을 감금한 것은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 행위로, 미국은 침묵할 수 없으며, 우리는 이런 억압에 대항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중국의 신장 소수민족 인권 침해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 임기 첫날부터 양국 갈등을 증폭시켰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임기 마지막 날인 19일 "중국 정부가 신장에서 위구르족과 다른 무슬림 소수민족을 억압하며 대학살과 반인류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공식화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바이든이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직후, 폼페이오를 포함한 28명의 트럼프 행정부 인사와 그 직계가족의 중국 본토·홍콩·마카오 입국을 금지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이들과 관련된 기업과 기관은 중국과의 사업이 금지된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즉각 중국 정부의 제재 조치를 비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20일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 관료들을 제재한 것은 비생산적이고 부정적인 조치"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양당 지도부와 중국을 이길 방안에 대해 협력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 후보자인 블링컨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판단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그것은 내 판단이기도 하다"며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남성, 여성, 어린이를 강제 수용소에 감금하고 이들을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를 따르도록 재교육시키려는 것이 모두 대학살을 가리킨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2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신화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홍콩 민주주의 세력 억압도 양국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핵심 사안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후 민주화 운동가와 야당 정치인들을 잇따라 체포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트위터에 "홍콩 민주주의 운동가의 잇딴 체포와 구금을 깊이 우려한다"며 "우리는 홍콩 자유를 짓밟는 중국의 공격에 대항해 동맹과 파트너와 연대할 것"이라고 썼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인권 침해와 민주주의 가치 훼손 문제도 동맹의 틀 안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은 시험에 들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홍콩 민주화 시위나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에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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