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숨은 '이색 코스' 찾아서..나는 세계 누비는 '골프 집시'"

최명식 기자 입력 2021. 1. 22. 10:10 수정 2021. 1. 2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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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대표가 2017년 방문했던 중국 윈난성 쿤밍의 지아리저(嘉麗澤) 골프장에서 라운드에 앞서 드라이버로 몸을 풀고 있다.

白夜 중국서 16시간에 144홀

37박 38일 기록적 라운드도

年평균 100개 해외코스 다녀와

韓·中 잡지나 인터넷에 소개

“800개 코스에 800만명이 즐겨

한국은 ‘골프 왕국’ 이라지만

그린피 비싸고 부킹도 힘들어

외국인엔 최악의 골프 여행지”

박병환(57) 데스티네이션 골프 코리아 대표는 나이 마흔을 넘겨 골프에 ‘올인’한 이후 이색 인생을 살고 있다. 글로벌 골프 여행 전문지 ‘데스티네이션 골프(Destination Golf)’ 한국 및 중국 책임자인 박 대표는 자신을 세계를 누비는 ‘골프 집시’라고 표현했다.

지난 15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식당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때아닌 백수가 됐다는 그는 “하루빨리 해외로 나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2월 포르투갈에서 3주 동안 코스를 섭렵한 뒤 중국으로 건너가 6월까지 중국 내 30여 코스를 돈 뒤 국내로 들어왔다.

박 대표는 널리 알려진 코스보다는 최근 지어진 두바이, 모로코, 터키, 멕시코 등 유명하지는 않지만 좋은 곳들을 주로 다녀왔다. 그는 “일찌감치 카리브해의 국가와 모리셔스 등 20∼30개국 골프장에 초청받았지만, 코로나19 탓에 발이 묶였다”고 아쉬워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년 평균 100개의 해외 코스를 돌았다. 골프백을 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쉽지 않은 여정. 2018년엔 10개국에서 115개 코스를 돌며 202회 라운드를 했다. 2019년에는 지구 네 바퀴 반에 해당하는 18만㎞를 돌며 16개국, 123개 코스에서 201회 라운드를 기록했다.

1993년 영국 유학 시절 우연히 시작한 골프는 박 대표에게 ‘운명’이 됐다. 유학 시절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집 앞 골프 코스 내 연습장에서 7번 아이언을 몇 번 휘두르고, 7번 아이언과 퍼터만 들고 친구와 라운드를 한 게 시작이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의 첫 직업은 학원 강사. 돈을 빨리 모아 유학 자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영국으로 2년 6개월의 유학길에 올랐지만 1년 반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후 경기 수원에서 학원을 경영했고 짬을 내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영어 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학원이 번창해 경기지역 외국어학원 연합회 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돈은 벌었지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외환위기까지 찾아와 학원을 접었다. 그러다 천안외대(현 백석대)에서 영어 전임강사로 새 출발을 했고, 다른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고용됐다. 2004년 중국 하얼빈(哈爾濱) 조선족 교육청 초청으로 하얼빈공업대 교수로 초빙됐고 이를 계기로 중국에서 새 인생을 설계했다.

베이징(北京)에서 조기 유학사업을 하면서 골프에 본격 입문했다. 박 대표는 20대 후반부터 과체중에 당뇨까지 앓아 건강을 위해 몸 관리가 필요했다. 2005년 이후 40대에 골프에 올인했던 건 중국 내 골프장이 600개가 넘을 만큼 호황이었고 한국 골퍼의 중국 골프여행 붐이 일어났기 때문. 중국에서 회원권을 갖고 있으면 우리 돈으로 3만 원에 18홀을 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중국 내 한국인을 위한 골프장 부킹 사업도 곁들였다. 2010년 골프전문가로 변신, 이후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며 여행이나 골프 관련 국제 조직, 기구에 몸담았다. 전 세계 골프장과 각국 관광청 골프기관 등의 초청을 받아 컨설팅을 해왔다. 그간 쌓아온 네트워크 덕에 항공료 정도만 자비로 부담하고 곳곳을 대접받으며 누볐다. 자신이 다녀온 전 세계 골프장을 중국과 한국의 골프전문 월간지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소개해오고 있다.

박 대표는 대찬 골프 인생을 살기 위해 골프 실력도 쌓았다. 연습장에서 하루 2000개씩 공을 쳐 손에 물집이 잡히고 터지기 일쑤였다. 하루 16시간 동안 144홀 라운드도, 2개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는 연속 라운드도 경험했다. 박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1언더파 71타. 10년 전 중국 베이징 동방 대학성 골프장에서 기록했다. 2년여 동안 이븐파 문턱을 넘지 못하다 첫 언더파를 기록했다. 베이징 교민 대표로 전국체전 때면 한국에 들어와 3차례나 출전하기도 했다. 2017년 3월 중국 하이난(海南)의 하이커우 미션힐스 골프장 2번 샌즈벨트 코스 16번 홀(파3) 185야드 거리에서 4번 우드로 쳐 처음이자 지금까지 유일한 홀인원 행운을 안았다.

워낙 이색 골프 경험이 많다 보니 박 대표는 골퍼라면 부러워할 만한 라운드 기록이 넘쳐난다. 2017년 6월,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4800㎞ 거리인 중국 최북단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 설련산 골프장으로 45시간 기차를 타고 이동해 하루 16시간 동안 144홀 라운드를 돌기도 했다. 우루무치는 여름에 백야가 있어 16시간 해가 떠 있는 도시.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안골프 어워즈 행사. 126명이 참가한 친선대회에서 우승해 4000달러 상당의 골프채를 부상으로 받아 여행경비로 쓰기도 했다. 2018년에는 한 달 동안 미국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등 3개 주 정부 초청으로 23개 코스를 돌았다. 2019년 10월부터는 37박 38일이라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골프 여행을 펼쳤다.

박 대표는 한국을 ‘골프 왕국’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은 18홀 기준 800개 코스가 있고, 5000만 인구 중 800만 명이 골프를 즐긴다. 영국은 8000만 인구 중 100만 명, 이탈리아는 10만 명 수준이니 인구와 비례해도 한국은 골프 최애국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여자골프가 강한 나라라는 정도일 뿐 한국의 골프문화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그는 “한국은 그린피도 비싸고 부킹도 힘들기에 외국인들에겐 골프여행지로 가장 나쁜 곳”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지방 자치단체와 지역 골프장들과 협의, 외국 골프관광객을 유치해 한국 골프 코스를 제대로 알리고 자랑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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