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 조정위원회 이길 수 있을까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김재호 2021. 1. 22.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최지만이 소속팀 탬파베이 레이스와 조정위원회를 간다. 그는 이길 수 있을까?

2021년 첫 연봉 조정 권리를 얻은 최지만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이었던 구단과 연봉 협상 마감일까지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조정위원회를 예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무더기 조정위원회가 우려됐지만, 예상보다 적은(?) 13명의 선수가 조정위원회를 예고했다. 최지만은 그 대열에 합류했다.

현지 언론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구단측은 185만 달러, 선수측은 245만 달러를 주장했다 60만 달러 차이가 난다.

최지만은 소속팀 탬파베이와 연봉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조정위원회를 갈 가능성이 높다. 사진=ⓒAFPBBNews = News1
큰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의견차를 좁힐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선수측 관계자'는 지난 20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과거만 해도 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양측이 계속해서 조정을 해 합의하면 위원회에 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불가능해졌다. 일부 장기 계약 선수는 상관이 없지만, 1년 단기 계약인 선수들은 무조건 조정위원회에 가야 한다. 거기서 선수 혹은 구단이 제시한 연봉이 택일된다. 더 이상 선수와 구단의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틀린말이다. 이같은 내용을 주장하고 있는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이 관계자 한 명뿐이다. 메이저리그 연봉 조정은 조정위원회를 예고했어도 위원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협상 가능하다. 심지어 조정위원회 당일 양 측이 극적으로 도장을 찍는 경우도 있었다.

혹시 바뀐 것이 있나해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된 연봉조정 규정을 찾아봤다. "만약 조정위원회날까지 1년 계약, 혹은 다년 계약에 합의하지 못하면, 이 케이스는 조정위원관에게 전달된다. 양 측의 주장을 듣고 패널들은 양 측의 주장중 하나를 택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마도 이 관계자는 '트라이얼 앤 고(Trial-N-Go)' 정책을 설명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구단측이 추가 협상을 거부하고 조정위원회로 밀고가는 것은 구단이 택한 정책이지 규정은 아니다(이와 관련해 선수측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어찌됐든 조정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탬파베이는 철저히 '트라이얼 앤 고' 전략을 택해왔다. 2016년 이후 연봉 협상에서 의견이 갈린 선수들과는 모두 조정위원회로 향했다. 결과는 안좋았다. 2016년 드루 스마일리(375만/320만 달러) 2017년 제이크 오도리치(410만/382.5만) 2018년 오도리치(630/605), 아데니 에채바리아(590/535.5) 2018년 토미 팸(410만/350만)과 붙어서 모두 졌다.

그럼에도 이번에도 같은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스몰마켓팀의 숙명이다. 제한된 수입원을 가지고 '지속적인 경쟁'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이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아낄 수 있는 것은 아껴야한다. 팀의 에이스도 거침없이 트레이드한 이들이다.

그렇다면, 최지만과 탬파베이중 조정위원회에서 웃는 쪽은 어디일까? 일단 지난 시즌 기록만 놓고보면 선수쪽이 불리하다. 42경기에서 타율 0.230 출루율 0.331 장타율 0.410 3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세부내용도 썩 매력적이지 않았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볼넷 비율 13.8%로 '눈야구'는 살아 있었지만, 나머지 기록들은 아쉬웠다. 정타 비율은 데뷔 이후 가장 낮은 3.4%, 발사 속도는 89마일로 리그 평균(88.3마일)을 간신히 웃돌았다. 발사 각도는 15.7도로 평균(11.9)보다 좋았던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기대 타율(XBA) 0.195, 기대 장타율(XSLG) 0.307로 모두 리그 하위 5% 수준을 맴돌았다.

문제는 이것이 60경기 단축 시즌 기록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최지만을 비롯한 많은 타자들이 단축 시즌에 적응하지 못하고 애를 먹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과 사인스캔들 방지 목적으로 경기 도중 리플레이 분석을 금지시키며 많은 선수들이 힘들어했는데, 최지만도 그중 한 명이었다. 여기에 스위치히터 도전이라는 모험까지 택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리듬을 흐트러트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정규시즌에서 못다한 일은 포스트시즌에서 마저했다. 18경기 출전, 40타수 10안타 2홈런 4타점, 10볼넷 1사구 11삼진을 기록하며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몇몇 호수비 장면은 덤이었다. 제한된 수비 포지션과 마이너 옵션 소진으로 '로스터 구성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했다.

지난 시즌 플래툰으로 뛰었던 다린 러프는 127만 5000달러에 연봉 계약에 합의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다른 선수들은 어땠을까? 이번 연봉조정 과정에서 계약에 합의한 서비스타임 3년차 다른 내야수들을 살펴봤다.

마이애미 말린스 1루수 겸 외야수 가렛 쿠퍼는 우타자로서 우완(타율 0.250 OPS 0.696)을 상대했을 때보다 좌완(타율 0.350 OPS 1.170)을 상대했을 때 더 성적이 좋은 선수였다. 그는 18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한때 삼성라이온즈에서 활약했던 다린 러프는 2020시즌 우완(35타석)보다 좌완(65타석)을 더 많이 상대한 플래툰 선수였다. 127만 5000달러에 합의했다. 1루수, 3루수, 외야수로 고루 뛸 수 있는 캔자스시티 로열즈의 헌터 도지어는 지난 시즌 타율 0.228 출루율 0.344 장타율 0.392의 성적을 기록하고 272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주전급 중에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주전 1루수 맷 올슨이 500만 달러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지난 시즌 60경기에서 타율 0.195 출루율 0.310 장타율 0.424 기록했지만 대신 14개의 아치를 그렸다. 이제 1루수로 수비 위치를 굳힌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리스 호스킨스는 지난 시즌 41경기 타율 0.245 출루율 0.384 장타율 0.503 10홈런 26타점 기록하고 480만 달러에 합의했다.

선수측에서는 도지어, 그리고 역시 조정위원회를 예고한 뉴욕 메츠의 J.D. 데이비스(구단 제시금액 210만, 선수측 247만 5000)를 참고해 금액을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구단은 쿠퍼와 러프를 보며 자신들의 금액이 옳음을 주장할 것이다. 조정위원회는 말그대로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런 자리다. "이것은 비지니스"라고 쿨하게 넘기는 메이저리거들도 '마음의 상처'를 입는 곳이다.

최지만 선수가 이번 과정을 통해 상처받는 일없이 새로운 시즌 준비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는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에게는 역대 최다 연봉이고, 그동안 쏟아온 땀과 눈물의 보상이다. 이보다 더한 역경도 이겨낸 선수이기에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한가운데로 가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