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건축을 결합한 건축가 이토 도요(下)

효효 2021. 1. 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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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효 아키텍트-70] 도쿄 '오모테산도'는 오래전 일본 왕이 제례의식을 하러 다니는 길을 기념하기 위해서 느티나무를 식재했다. 지금은 그 나무가 자라서 아름다운 가로수를 가진 길이 되었다. 이토 도요는 느티나무가 거리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오모테산도 토즈(TOD'S) 빌딩'(2004)을 지으면서 콘셉트는 나무처럼 보이는 건축을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나무 겉모습만 본뜬 것에서 나아가, 나뭇가지의 구조적인 원리를 이용했다. 이 트리 빌딩에는 내부 기둥이 없는 대신 건물 외관에 나뭇가지 모양으로 생겨난 벽체가 모든 구조를 담당한다. 자연스럽게 비정형의 유리창이 생겼다. 입면에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것처럼 구조와 표피를 일체화시키면서 내부공간을 자유롭게 하는 독창적 디자인으로 주변과 대화를 시도했다.

도요 이토 건축박물관(2011) / 사진=다이치 아노, 프리츠커상 위원회 홈페이지
도쿄 다마 미술대학 도서관(하치오지 캠퍼스, 2007)은 일부러 '아치'라는 강한 아이콘을 사용한다. 천장면은 슬래브와 철의 결합, 바닥은 하이힐의 굽과 같은 잘록하고 얇은 기둥을 나열해 보강재나 내진벽 시선에 방해되는 요소를 없앴으며 비탈 위로 전개되는 사람들 활동이나 주위 녹지 풍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긴장감을 가진 내부 기둥 나열 방식은 입면에도 적용하여 아치 형태 개구부에 유리를 골조와 같은 면에 끼워 넣어, 캠퍼스 정문에 가까운 강한 인상적인 파사드가 만들어졌다. 아치는 지식이 집적하는 장소로서 고전적인 서양 도서관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저층부는 기존 대지 경사에 맞추어 경사도가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도서관 여행하는 법'의 저자 임윤희는, 건축가의 설계와 건물 이용자의 삶 사이의 간극을 지적한다. "도서관 사서 처지에서는 많은 책을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서고가 필요한데, 개방적 공간감을 위해 책장의 높이를 낮추고 바깥 공간으로 시야를 돌릴 수 있게 디자인된 까닭에 그런 공간이 부족해 보였다"고 평가한다.

가가와현의 나오시마섬이 미술가 구사마 야요이, 안도 다다오의 작품으로 채워진 반면 에히메현 이마바리시 오미시마섬의 '이토 도요 건축 뮤지엄'(2011)은 이토의 건축 철학과 열정이 녹아 있는 일본 최초의 건축 박물관으로 평가받는다.

'민나노 이에 :모두의 집(Home-For-All)'(2012)은 일본 동북 대지진으로 잿더미로 변한 마을을 재건하기 위해 이토 자신을 포함해 후지모토 소우, 구마 겐고 등 건축가가 동참하면서 리쿠젠다카다 등 16곳에 만들어진 작지만 포용적인 공유 공간이다.

이는 좁은 구호주택에 머물던 이들을 위한 10평 정도 이재민 쉼터 건물로 자식 부부가 일하러 간 사이에 어머니, 아버지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개방된 마을회관형 커뮤니티 공간이다.

2012년 제13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일본관 커미셔너를 맡아 '모두의 집(Home-For-All)'으로 최고의 국가관 전시에 수여되는 황금사자상을 받은 데 이어 2013년에는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되었다.

타이완의 중부도시 타이중(Taichung)의 국립오페라극장(국가가극원, National Taichung Theater, 2014)은 세계 9대 랜드마크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건물 내에 직선으로 된 기둥이 없고 건물 벽과 내부는 모두 곡선 형태이다. 산호초의 3차원적인 구조를 흉내내어 바닥, 벽, 천장의 구분 없이 모두 연결되는 3차원 벽면 커브를 만들어 내외부 경계가 모호한 공간을 창조해 낸다.

내외부 구조는 기둥과 내력벽이 바닥에서 지붕까지 하나로 이어져 부정형의 공간, 곡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같은 곡면은 '스프레이 콘크리트 공법'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하나로 연결된 철골 콘크리트 구조체를 만들었다.

기존 건축에서 보이는 벽 자체가 구조를 받치는 내력벽에서 공간을 해방시킨 돔-이노(Dom-ino) 특징인 바닥 슬래브와 기둥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면 현대건축은 이제 그마저 사라지게 되었다. 각 건축 구조체의 상호의존성이 사라지고 기둥과 바닥과 슬래브는 하나가 되었다.

2015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광장에 설치된 이토의 공간조형물 '신명(晨明)'은 담양 소쇄원에서 영감을 얻어 대나무, 자작나무합판, 스틸 등으로 제작됐다. 수직으로 뻗는 얇고 가느다란 대나무를 이용하여 곡선으로 휘고, 연결하고, 다발로 묶어 마치 동양의 서예를 쓰듯 직선과 곡선의 선들이 공간을 향해 뻗어 나가는 형태는 공동주택이 배경이라서 더욱 눈에 띄었다.

멕시코시티 인근 푸에블라(Puebla)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창의도시(Creative Cities) 중 하나이다. 인터내셔널 바로크 미술관(2017)은 전시장을 여러 개로 조합하여 만들고, 그 사이 공간에 외부 공간을 만들었다. 건물을 마치 종이처럼 구부린 듯 보인다. 아름다운 곡선의 콘크리트 파사드가 미술관을 전체적으로 감싸주고 있어 단순하지만 독특한 미감을 자랑한다. 이토는 뭔가 과잉되고 복잡한 듯한 17~18세기 세계를 휩쓸었던 바로크 양식을 현대적으로 뒤집었다. 한편으로는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어야 한다는 논점에 충실한 작품이다.

이토 도요 건축은, 형태는 파격적이면서 경쾌하고, 논리는 정교하면서도 간결해 전문가와 대중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프리랜서 효효]

* 참고자료 : 리코플러스 블로그. 정태종 블로그, 건축가 유현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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