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2000년대 영광은 어디에?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는 ‘벨벳’과 ‘윙’ 등 신제품 출시에도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2%에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에는 이보다 소폭 하락한 12%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어디서부터 이 내리막길이 시작된 것일까.
과거를 되돌아보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가 정점에 도달했던 시기는 2000년대 후반이다. 그 초석을 닦은 것은 2005년 말 디자인을 앞세워 등장한 ‘초콜릿폰’이다. 이듬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며 처음으로 판매량 1000만대를 돌파, LG전자가 고급 휴대폰 브랜드로 자리잡는 발판이 됐다.
이후 ‘샤인폰’, ‘프라다폰’, ‘와인폰’, ‘롤리팝’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LG전자 MC사업부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히 2008년에 MC사업부는 전년 대비 매출은 48% 증가한 14조1931억원, 영업이익은 76% 증가한 1조4242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전체 매출의 51%를 MC사업부가 차지했고, 영업이익은 LG전자 전체(1조2269억원)를 능가하는 성과를 냈다.
이어 2009년에는 매출 15조원을 돌파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세계 휴대폰 시장 조사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10.1%)를 달성하기도 했다. 출하량 12억2055만대로 3위를 차지했던 LG전자와 달리 애플(2489만대)이 아직 변방에 있던 시절이다. 1·2위는 노키아(36.4%)와 삼성(19.5%)이었다.
이 시기에 거둔 성공은 외려 LG전자에게 독이 됐다. 애플이 2007년 처음 선보인 스마트폰이 불러올 변혁을 간과하고 계속 피처폰 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 세간에는 경영진이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한 것은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 시점을 오판,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었음에도 안주했다는 것이다.
오판의 결과는 곧바로 찾아왔다. 2010년대로 넘어가자마자 LG전자 사업부에 내리막길이 찾아왔다. 2010년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최고점(73%)을 기록했던 해다. 2009년 말 출시된 아이폰3GS로 국내에도 스마트폰 보급이 시작됐고, 이어 ‘갤럭시S’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새출발을 시작했다. 그 전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LG전자 MC사업부는 2010년 영업손실 7088억원을 기록하며 거꾸러졌다.
LG전자는 절치부심하며 스마트폰을 빠르게 준비했지만 이 시장에서는 그동안 성공을 거뒀던 공략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과거 LG전자가 성공을 거뒀던 피처폰들을 살펴보면 주로 독창적인 디자인, 내구성과 같은 하드웨어를 앞세웠다. 반면 스마트폰은 구조상 디자인에 그리 크게 차별화를 꾀할 수가 없다.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준비도 부족했다. LG전자 휴대폰의 장점은 옅어지고 단점은 두드러지게 된 것이다.
LG전자 스마트폰의 이런 특성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그동안 커브드 디스플레이(G플렉스), 모듈형 구조(G5), 스위블 모드(윙), 연내 출시가 예상된 ‘롤러블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폼팩터를 시도하며 디자인에 변화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부족한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업데이트 등 사후지원 미흡은 소비자들에게 내내 지적받아왔다. 가전제품이나 마케팅 분야 전문가들이 계속 MC사업부 수장을 역임했던 것도 기존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LG전자는 23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을 손보기로 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업 운영 방식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원점부터 MC사업부의 체질 개선과 스마트폰 사업 재검토가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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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기자 dh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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