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씩 읽으면 '소확성'?

한겨레 2021. 1. 2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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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페이지씩, 365점의 명화와 함께 미술의 모든 지식을 단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 꼭 알아야 할 미술의 교양을 빠짐없이 쌓을 수 있습니다. 관심이 있는 주제부터 읽어도 좋고,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도 좋습니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는 4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지만, 하루에 한 장씩만 읽으면 1년이면 1권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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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책&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김영숙 지음/비에이블·1만8500원

“매일 1페이지씩, 365점의 명화와 함께 미술의 모든 지식을 단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 꼭 알아야 할 미술의 교양을 빠짐없이 쌓을 수 있습니다. 관심이 있는 주제부터 읽어도 좋고,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도 좋습니다.”

주요 서점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 순위에 올라 있는 책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의 머리말에 나오는 문장이다. ‘모든 지식을 단 한 권으로’라는 말이 과연 가당키나 할까?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지만 ‘모든 지식을 단 한 권으로’라는 말은 사실 읽을 때마다 불편하게 느껴진다.

최근 서점가에는 매일 1페이지씩 읽으며 교양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획된 책들이 즐비하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 365>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1일 1페이지 클래식 365> 등 1일, 1페이지, 한장, 하루, 하룻밤, 10분, 원(one)과 같은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한 책들은 짧은 시간에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대중 교양서를 표방하고 있다. 철학, 역사, 미술, 음악에 대한 잘 요약 정리된 내용을 하루 한 장씩 부담 없이 읽고 어디에 가서 아는 척하기 딱 좋을 만큼의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책들이다. 길고 지루한 것은 못 견딜 뿐 아니라 혐오하기까지 하는 젊은 세대 독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책들이다.

‘짧게 더 짧게’ 콘텐츠 시장에서는 ‘숏폼’(short form)이 대세다. 콘텐츠 소비자의 호흡이 점점 짧아지고 간결한 콘텐츠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영화, 드라마, 예능, 소설 등이 극심한 분량 압박을 받고 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콘텐츠 소비 비중이 높아지면서 콘텐츠는 더욱 더 짧고 간결해지고 있다. 급기야 긴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적합한 매체의 최종 보루로 여겨지던 종이책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는 4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지만, 하루에 한 장씩만 읽으면 1년이면 1권을 읽을 수 있다. 책의 앞부분에는 매일 읽은 페이지를 확인하면서 365일을 채워보는 ‘365일 체크리스트’도 포함되어 있다.

2014년 <지대넓얕: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란 책이 대단한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우리나라 출판 시장에서 본격적인 대중 교양서 시대가 개막했다. 깊게 읽어야 하는 인문학을 요점 정리로 뒤바꾼 ‘반(反)인문학 책’ ‘스낵 인문학’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던 <지대넓얕>이 성공하면서 서점가에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대중 교양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중을 상대로 인문학을 쉽게 해설해 주는 강사들이 등장해 재치 있는 입담을 무기로 방송가를 누비며 ‘셀럽’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고, 출판사들은 원고를 받으려고 인기 강사에게 줄을 선다. 독자들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쉽고 가벼운 대중 교양서만을 찾아 읽으며 지적 허영심을 채우고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 트렌드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더니, 최근에는 ‘작지만 확실한 성취’이라는 뜻으로 ‘소확성’이란 말이 유행이다. 독서에서도 소확성을 추구하고 있는 걸까? 1년에 단 한 권이라도 매일 한 장씩 읽어내며 작은 성취를 느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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