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감옥의 공포

한겨레 2021. 1. 2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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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12년(1620)의 일이다.

감옥의 참상이 흉년이 든 해만의 일이었을까? 광해군이 쫓겨나고 인조가 즉위했다.

1629년 3월19일 사간원 정언(正言) 정윤은 전옥서 감옥을 점검한 결과를 인조에게 보고했다.

1745년(영조 21) 2월7일 형조는 영조에게 지난 겨울 한 뼘의 옷가지도 걸치지 못한 죄수가 있었다는 것, 그로 인해 추위를 견디지 못하다가 죽은 사람이 10명이었다고 보고했으니, 감옥의 참상은 뒷날도 매일반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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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관의 고금유사][책&생각] 강명관의 고금유사

광해군 12년(1620)의 일이다. 여러 도감(都監)과 관서는 백성들에게 빚을 놓았다. 극심한 흉년이라 갚지 못하는 사람이 나오자, 도감과 관서는 빚 쓴 백성들을 잡아다 전옥서 감옥에 가두었다.

갇혀 있는 사람이 248명이었고, 이미 사망한 자가 7명이었다. 옥사 바깥쪽 벽에 목재처럼 쌓아둔 시신을 개와 쥐가 파먹었고 썩는 냄새가 옥사 안에 가득하였다. 좌부승지 조찬한이 가서 문서를 검토해 경수(輕囚) 52명을 석방했다. 사흘 뒤 다시 찾아갔더니 8명이 더 죽었고, 죄수는 140명이 더 늘어나 있었다. 죽은 8명 중 4명은 여자였고, 또 그중 한 여자는 아이를 안은 채 죽었다. 오늘 아니면 내일 죽을 사람도 거의 30~40명에 가까웠다.

조찬한은 석 달 뒤 다시 조사한 결과를 왕에게 보고했다. 수금 중인 수백 명 죄수 중 나물밥이라도 먹는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고 나머지는 굶은 채 그냥 누워 있고, 매일 서너 명이 죽어 시신이 언덕처럼 쌓여 있다는 것이었다. 왕의 허락을 받아 가벼운 죄수를 다시 풀어주었지만, 전옥서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즉각 다시 잡아들였다. 빚을 받아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감옥의 참상이 흉년이 든 해만의 일이었을까? 광해군이 쫓겨나고 인조가 즉위했다. 1629년 3월19일 사간원 정언(正言) 정윤은 전옥서 감옥을 점검한 결과를 인조에게 보고했다. 20년 동안 한 번도 치우지 않은 오물이 쌓여 그 높이가 담장과 나란할 정도라는 것, 여옥사(女獄舍)가 다 허물어져 여자 죄수들은 애처롭게도 처마 아래 한데서 겨울 추위에 바들바들 떨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결책이 논의되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1745년(영조 21) 2월7일 형조는 영조에게 지난 겨울 한 뼘의 옷가지도 걸치지 못한 죄수가 있었다는 것, 그로 인해 추위를 견디지 못하다가 죽은 사람이 10명이었다고 보고했으니, 감옥의 참상은 뒷날도 매일반이었던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일단 옥에 갇히면, 사형에 처해지지 않아도 죽거나 불구가 되어 나왔다. 옥에 가두고 형장(刑杖)을 쳐서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 조사의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묶어 놓고 여럿이 돌아가면서 마구 치는 난장(亂杖), 다리를 묶어놓고 막대기를 끼워 벌리는 가새주뢰, 차꼬를 채우고 치는 족장(足杖) 등 갖은 악형(惡刑)과 남형(濫刑)을 뒤섞으면 없는 죄도 만들어내기 마련이었다. 특히 포도청의 고문은 너무나도 가혹해서 국청(鞫廳, 모반대역 등 대죄를 조사하는 임시 기관)의 고문은 견딜 수 있어도 포도청의 고문은 견디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고문 과정에서 피의자가 죽어도 그건 으레 있는 일일 뿐이고, 고문을 한 당사자는 결코 처벌받지 않았다. 나아가 도둑을 잡다가 양민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았다(11명의 양민을 도둑으로 몰아 학살하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수사 대상이 되어 투옥되면 그것으로 인생이 끝난다는 것은 공포였다. 그 공포는 유교국가 조선을 통치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21세기 민주국가 대한민국은 어떤가? 수사의 대상이 되어도 불필요한 두려움이 없는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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