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로 봉사자도 발길 뚝" 혹한보다 시린 '쪽방촌 고독'
코로나19(COVID-19)와 맹추위로 '쪽방촌' 주민들의 외로움이 커졌다. 대부분 고령인 주민들은 감염병 위험이나 낙상 위험 때문에 외출이 힘들어져 동네 이웃도 만나기 어려워졌다.
지난 20일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골목은 대부분은 45도 이상의 가파른 언덕이나 계단으로 이뤄졌다. 길바닥은 녹지 않은 얼음으로 미끄러웠다. 길에는 두꺼운 겨울 옷을 입은 노인들이 지나다녔지만 인적은 드물었다. 언덕을 내려오던 한 노인은 짚던 지팡이가 미끄러져 손을 헛짚기도 했다.
햇볕이 들지 않는 좁은 방에서 혼자 TV를 보던 강성남씨(68)는 한숨을 내쉬면서 "물품 지원은 계속 오지만 시청 직원들이랑 하던 걷기나 등산 등 모임 프로그램이 요 몇달 뚝 끊겼다"며 "방문 간호 서비스가 사라지고 전화기가 없어 통화 상담도 못 받는데, 항상 혼자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동자동 쪽방촌 거주민들의 걷기·등산·그림·수공예품 만들기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3차 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감염 확산 우려에 모든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했다.
동네 모임 장소인 새꿈어린이공원 인근에서 홀로 사는 김모씨(82)는 하루종일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누워서 보낸다. 김씨는 "계속 누워 있어 욕창이 생겼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나갈 방법이 없다"며 "대화 나눴던 서울 시청 직원, 봉사자까지 안 오니 너무 쓸쓸하고 사람이 그립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오래된 판자촌 중 하나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마을 곳곳에는 철거를 앞둔 판자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지만 인적은 드물었다.
80대 주민 김모씨는 "원래 집 근처 평상에서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며 "요즘에는 날도 춥고 길도 미끄러운데다 코로나19도 무서워 못 모인다"고 아쉬워했다.
'88 올림픽' 이후 줄곧 이곳에서 살아온 윤모씨는 "원래는 복지단체에서 연탄을 400장씩 줬는데, 코로나19로 봉사자가 줄어 그런지 200장 정도밖에 받지 못했다"며 "밖으로 잘 안 나가다 보니 아들이라도 보고 싶지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사회복지원각)의 강소윤 총무는 "코로나19 여파로 급식소에 모여서 밥을 먹는 대신 150여명의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며 "무료급식소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모여서 사람도 만나고 이야기도 하는 목적이 있는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시청도 전화 상담을 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무 직원이 31명에 그쳐 세세한 관리가 어려운데다 자칫 방문자를 통한 감염 우려가 있어 방문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쪽방촌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보통 연령이 높고 주방이나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해 집단감염의 우려가 크다"며 "대면 서비스가 주민들 외로움 달래는 역할도 하는데, 건강이 안 좋은 분들 위주로 방역수칙 준수 하에 직원들의 방문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쪽방촌 거주민들에게 외로움은 굉장히 위험한 요소"라며 "감염 우려에 포기하지 말고, 체온 측정과 마스크를 철저히 쓰는 등 방역에 신경쓰면서 기본적 대면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무료급식소나 모임 등은 다수가 참여하기 때문에 중단하는 것이 좋다"며 "기초방역수칙이 지켜진다면 소수 대면 서비스만으로는 감염 위험이 높지 않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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