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과연 누구의 조종(弔鐘)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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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3년 말 회귀열(혹은 티푸스)로 사경을 헤매던 영국 성공회 사제 겸 시인 존 던(John Donne, 1572.1.22~ 1631.3.31)은 투병의 고통 속에서 존재론적 사유를 묵상의 언어로 기록, 이듬해 '뜻밖의 사태에 대한 명상(Devotions upon Emergent Occasions)'이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존 던은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수학했으나 영국 국교회 수장(여왕)에 대한 '충성의 맹세'를 거부해 학위를 받지 못했고 공직 취업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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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3년 말 회귀열(혹은 티푸스)로 사경을 헤매던 영국 성공회 사제 겸 시인 존 던(John Donne, 1572.1.22~ 1631.3.31)은 투병의 고통 속에서 존재론적 사유를 묵상의 언어로 기록, 이듬해 '뜻밖의 사태에 대한 명상(Devotions upon Emergent Occasions)'이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각각 명상 조언 기도로 나뉜 총 23편의 글 중 '17번째 명상(meditation 17)'에, 헤밍웨이의 소설로 유명해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란 구절이 등장한다.
"누구도 섬처럼 완벽한 외톨이는 아니다(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모두는 대륙의 한 조각이다.(…) 흙 한 덩이가 바다로 씻겨 나가도, 그 땅이 곶이든 친구의 영지이든 당신 것이든, 유럽 대륙은 그만큼 작아진다: 누군가의 죽음은 나를 작아지게 한다. 내가 인류(mankind)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러니 저 조종(弔鐘)이 누구를 위해 울리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 마라; 당신을 위해 울리는 것이니(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존 던은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수학했으나 영국 국교회 수장(여왕)에 대한 '충성의 맹세'를 거부해 학위를 받지 못했고 공직 취업도 하지 못했다. 엘리자베스 1세 치하의 영국은 극단적인 반가톨릭 정서가 지배하던 때였다.
그는 1590년에야 생계 등 복합적인 이유로 국교로 개종했다. 1598년 한 귀족의 비서로 일자리를 얻지만, 귀족의 조카 앤 모어와 사랑에 빠져 비밀 결혼을 하면서 투옥됐고, 어린 딸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할 만큼 다시 가난해졌다. 제임스 1세 때인 1615년에야 성공회 사제로 취임해 경제적 안정을 누리게 됐지만 2년 뒤 12자녀를 낳은 아내 앤을 산욕열로 잃었다. 그는 남은 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저 구절을 쓰는 동안 아내의 조종이 환청처럼 들렸을 수도 있겠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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