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급하다 해도 총리가 정부 부처에 "개혁 저항 세력"이라니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획재정부를 향해 “개혁 저항 세력”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고 했다. 정 총리가 코로나 영업 제한에 따른 자영업 손실 보전을 제도화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기재부 1차관은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고 했다. 정 총리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고 화를 냈다. 이어 방송에 출연해 “개혁 과정엔 항상 반대 세력, 저항 세력이 있지만 결국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영업 제한 조치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그 손실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 손실 규모를 계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 만큼 보전을 법제화하는 것은 자칫 엄청난 혼란과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손실 보전 규모 추정치는 최대로는 월 24조7000억원까지 나와 있다. 1년이면 300조원, 올해 전체 예산 558조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재정을 책임져야 할 기재부 입장에선 당연히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라고 기재부 공무원들이 존재하는 것이고 국민이 세금으로 봉급을 주는 것이다.
정부 정책은 필요성과 한계 사이에서 조율하고 절충하는 것이다. 그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국무총리다. 헌법이 국무총리에 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내각을 통할한다'고 규정한 뜻이 그것이다. 개별 부처를 총리가 나무랄 수 있지만 국무회의에서 내부적으로 할 일이다. 그런데 정 총리는 방송에 나가 정부 부처를 ‘개혁 저항'이라는 정치 용어로 공개 비난했다. 운동권이나 노조 단체들이 주로 쓰는 생경한 말이 국정을 책임진 총리 입에서 나온 것도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정 총리는 얼마 전 재난지원금 전 국민 일괄 지급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단세포적인 논쟁을 중단하자”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재정 걱정을 하는 기재부를 향해 화를 냈다. 남이 돈 뿌리는 것은 싫고 내가 돈 뿌리는 것은 막지 말라는건가. 정 총리가 대선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안다. 생각만큼 지지도가 오르지 않아 초조해하고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못 할 일, 안 할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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