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학회 "또 다른 금융위기 발생할 위험" 경고

신수지 기자 2021. 1. 2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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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GDP 대비 세계의 부채 수준 금융위기 직전보다 높아

“노골적으로 말해, 또 다른 금융 위기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올해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는 빚(부채)과 거품, 이에 따른 후폭풍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전미경제학회 연례 총회는 매년 1월 세계 경제학 분야의 석학들이 모여 그해 세계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이슈와 트렌드를 놓고 난상 토론을 벌이는 자리다. 올해는 코로나 대유행 때문에 지난 3~5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머빈 킹 뉴욕대 교수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부채 수준이 금융 위기 직전보다 높다”며 “(과다한 부채로) 기업과 국가의 채무 불이행(원금이나 이자를 못 갚는 일)이 늘면 금융 시스템으로 위기가 옮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영란은행 총재를 지내며 부채로 과열된 서구 부동산 시장의 붕괴와 그 후폭풍을 경험했다. 킹 교수는 “세계 경제가 건전성을 회복하려면 채무 조정이 필수 조건이며, 이 경우 (과대평가된) 자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인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도 ‘조용한 금융 위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지난해 (여러 나라가) 코로나 위기에 대응한다며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이로 인해 부실 대출의 규모가 현저히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금융권에선 조용한 위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이는 경제 회복을 위태롭게 한다”고 했다. 각국 금융기관이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 겉으론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이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신흥·개발도상국은 이미 통화 정책의 한계에 도달했거나 근접했다”며 “올해 기업과 가계는 채무 불이행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중소기업의 줄도산을 우려했다. 그는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라잔 교수는 “코로나 대유행 사태를 버티기 위해 기업들은 부채를 대폭 늘렸고, 정부 대출 등 정책 자금으로 겨우 살아남은 중소기업들은 (지원이 끝나면) 거대한 파산 물결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빚으로 인한) 기업 파산이 빠른 경제 회복을 방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국가가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었다”며 “경제 회복이 더뎌지며 신흥·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빚 갚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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