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채무불이행땐 은행부터 타격.. 2024년까지 2조~4조달러 수익손실 볼 것"
가계와 기업 부채의 부실 위험이 커지면 금융업이 가장 먼저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맥킨지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은행이 최소 1조5000억달러에서 최대 4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한다. 은행 산업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이 없어지는 셈이다. 지난해 4.9%에 달했던 전 세계 은행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2021년 1.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5년간 위기 이전 수준으로 ROE 회복이 어려워 돌파구 모색이 절실하다.
국내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국내 은행권은 지난해 2조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미리 적립했지만, 경기 회복이 되지 않을 경우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 리스크 증가로 올해에도 추가 적립이 불가피하다. 사업 환경도 그다지 좋지 않다. 이자 수익이 지난 5년 새 매년 10~15%씩 늘었지만, 은행 전체 이익의 87%에 달하는 예대 마진에 대한 의존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IT(정보기술) 업체의 금융권 진입과 금융회사간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의 변화는 이제 불가피한 선택이다. 코로나 위기 속 생존을 넘어, 초저금리 지속과 자본∙규제 강화, 디지털 가속화 등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자기 파괴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불확실성의 일상화를 받아들이고, 회복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 예컨대 디지털 강화와 은행 지점의 재조정, 수요에 따른 시스템적인 직원 재배치 및 재교육 등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20~30% 끌어올려야 한다. 리스크 관리도 달라져야 한다. 여신 부서가 아닌 전 은행 차원에서 신용 위험을 관리하고 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예대 마진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는 것은 기본이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지난 5년간 매년 10억 싱가포르달러를 디지털 전환에 투자, 전체 사업 중 디지털 플랫폼의 비중을 33%에서 48%로 끌어올렸다. 제도권 은행 중 세계 최초로 가상 화폐 거래소 사업도 시작했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 아마존의 데이터를 활용해 소상공인 대출 사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ESG를 보고 투자하는 자산의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기후 변화 영향 및 기술 중심의 대출 전환, 운영 모델의 수정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엔진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일하는 방식과 조직·인력의 혁신을 동반하면 은행권에도 해빙의 시기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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