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계약직 누가 원하나" 88만원 코로나 일자리 청년들은 외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정부 위탁을 받고 작년 7월부터 연말까지 출판사 대상으로 ‘청년 일경험 지원 사업' 신청을 받았다. 이 사업은 15~34세 청년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정부가 채용 인원 1인당 월 88만원을 최대 6개월간 지원하는 것이다. ‘코로나 일자리 대책’ 중 하나라며 5만명 지원을 목표로 내놨다. 그중 출판사 지원은 50명이었다.
48명을 채용하겠다는 신청서가 접수됐다. 하지만 연말까지 실제 채용된 건 25명에 그쳤다. 출판사들이 채용 공고를 냈는데, 정작 지원자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진흥원 관계자는 “청년들이 6개월짜리 계약직이라며 지원을 꺼린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출판 업계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청년 일경험 지원 사업으로 5만명을 채용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채용 인원은 2만4000명으로 정부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로 취업길이 막혔는데도 그렇다. 정부는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만들어주겠다고 했지만, 민간에 할당하는 방식인 데다 괜찮은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요구와 동떨어져 외면받은 것이다. 정부는 실적이 저조하자 올해 청년 일경험 사업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작년 8월과 11~12월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기업의 채용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예견된 실패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 시작 전에도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이 정규직조차 휴직시키는 상황인데, 기업들이 미숙련 아르바이트를 뽑겠냐'는 지적이 나왔다. 여행 업체 관계자는 “직원들에겐 회사에 나오지 말라고 하고, 그 대신 아르바이트생을 뽑으면 직원들이 가만 있겠느냐”고 했다.
정부는 지원 목표 인원을 먼저 정해놓고 협회 등을 통해 인력 수요를 취합했다. 이 과정에서 수요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여성이 대표로 있는 기업엔 청년 인턴으로 800명, 화장품 업계엔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등으로 300명을 지원하려 했다. 하지만 모두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태권도장도 아르바이트 사범 850명을 지원한다고 계획됐지만 실제 채용은 270명에 그쳤다.
청년들은 정부가 기업과 민간 협회의 팔을 비틀어 억지로 만든 일자리인 데다 저임금,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외면했다고 한다. 소셜벤처 기업 지원을 담당한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담당자는 “실제 월급은 정부 지원금 88만원보다 많아야 하는데, 청년들과 월급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틀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며 “청년들로선 기업이 제시한 월급이 너무 낮았던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정부의 청년 일자리 사업 중 IT 활용을 위해 청년을 채용하면 지원금을 주는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은 목표 인원 6만명을 모두 채웠다. 정부 관계자는 “지원금이 월 180만원으로 일경험 사업(월 88만원)보다 높은 데다, 계약직 외에 정규직 채용까지 지원해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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