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걷어낸 소래포구, 다시 펄떡인다

인천/고석태 기자 2021. 1. 2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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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 곳, 뜨는 곳] 화재 3년 9개월만에 복구… 손님 맞는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지난 17일 오후 인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어시장. 환한 조명 아래 깔끔하게 재단장한 점포 수백 곳에서 상인과 손님의 흥정이 한창이었다. “킬로(그램)에 만원! 딱 만원! 광어랑 우럭, 같이 드려요!” 좌판 위에선 어른 팔뚝만 한 방어가 펄떡였고, 꽃게와 킹크랩, 랍스터가 수조를 가득 채웠다.

지난 17일 오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들이 고른 활어를 수조에서 꺼내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큰불로 잿더미가 된 소래포구 어시장은 최신식 시설을 갖춘 현대식 어시장으로 변신해 손님을 받고 있다. /박상훈 기자

어시장 한복판 ‘K수산’은 이날 제철 맞은 방어 두 마리를 팔았다. 3.5㎏짜리 한 마리를 해체하니 횟감이 대형 접시 2개에 수북했다. 간재미와 서대, 박대 등 밑반찬용 반건조 생선을 파는 가게에도 손님이 몰렸다.

인천 소래포구는 한 해 800여만 명이 찾는 수도권 대표 관광지다. 광화문에서 직선거리로 약 32㎞.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갯벌이다. 이곳 어촌계의 크고 작은 어선 23척이 인천 앞바다에서 갓 잡은 해물을 쏟아낸다.

1970년대 새우 파시(波市)에서 시작됐다는 소래포구 어시장은 지난 2017년 3월 18일 큰불로 잿더미가 됐다. 천막형 임시 건물에 불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좌판 243개, 횟집 점포 15곳 등이 전소했다. 소방서가 추산한 재산 피해액은 6억5000만원이었지만, 상인들은 “실제 피해액이 수십 배는 더 될 것”이라며 절망했다. 슬픔을 딛고 일어난 억척 상인들은 협동조합을 꾸렸고, 남동구청과 함께 ‘소래포구 어시장 현대화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2017년 3월 화재로 완전히 불 탄 소래포구 어시장.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2일, 1층 수산물 판매장이 먼저 문을 열었다. 참사 발생 3년 9개월 만이었다. 냉장 시설과 어항 등을 갖춘 점포 338곳이 손님맞이를 시작했다. 4월쯤 문을 여는 어시장 2층에는 시장에서 구입한 생선을 바로 맛볼 수 있는 ‘다이닝 룸’, 육아 카페, 중소기업 몰 등이 들어선다. 옥상에는 해수 족욕장과 정원, 공연·문화 행사장이 마련된다.

장사 경력 25년째인 이성숙(69)씨는 “근처에서 눈치 보며 새우젓을 팔다 돌아왔는데, 이제 사람 사는 맛이 난다”며 “코로나 탓에 손님이 예전만 못하지만, 곧 왕년의 명성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 사고 이후 월미도 근처에서 어렵사리 장사했다는 김영준씨는 “고향에 온 것 같다. 새 건물은 소방 시설을 잘 갖춰 불 걱정 없이 장사할 수 있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경기도 광주에서 가족들과 어시장을 찾은 임동면(62)씨는 “싱싱한 수산물이 많아 자주 찾는데 새로 문을 열면서 깔끔하게 정돈돼 이용하기 편리하다”고 말했다. 인근 소래대교가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돼 교통 여건도 좋아졌다.

소래포구 어시장은 최근 전통시장 인증을 받았다. 10년 이상 인천 대표 어시장으로 자리매김한 것을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전통시장·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 대상이 된다. 또 시장에서 온누리 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다.

인천 남동구청은 과거 소래포구 어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바가지 요금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조합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7차례에 걸쳐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했다. 어시장 2층에는 불친절 민원을 접수하는 고객 센터를 설치했다. 3회 적발되면 어시장에 입점할 수 없도록 하는 ‘삼진아웃제’도 시행한다. 이강호 남동구청장은 “소래포구가 수도권 대표 관광지 명성을 확고하게 다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특히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소래포구 어시장 동북쪽 자동차로 5분 거리에는 156만㎡ 규모의 소래생태습지공원이 있다. 옛 염전 지역을 활용해 만든 곳으로, 우리나라 대표적 염생(鹽生) 식물인 퉁퉁마디, 함초, 칠면초 등 15종을 만날 수 있다. 소금 창고, 풍차 등 볼거리가 곳곳에 있어 가족이 함께 산책하며 사진 찍기 좋다. 햇볕과 바닷물을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을 직접 볼 수도 있다.

어시장에서 남서쪽으로 700m 떨어진 해오름공원에 있는 ‘새우타워 전망대’는 눈길을 끄는 명물이다. 높이 21m, 폭 8.6m 크기로, 갯벌과 포구를 드나드는 어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현재 출입이 금지돼 있다.

어시장 인근 소래역사관 앞에는 1927년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 협궤열차가 전시돼 있다. ‘꼬마열차’로 불리던 협궤열차는 레일 사이 간격이 표준 열차의 절반(762㎜)밖에 되지 않는다. 이 열차가 달리던 수인선은 1937년 일제가 경기만 염전 지대에서 생산된 소금과 쌀을 인천항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건설한 수탈의 상징이다. 1995년까지 운행되다 전철의 발달로 운행이 중단됐다. 소래 역사관은 도시 개발과 급속한 산업화로 사라지는 소래 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2012년 문을 열었다. 소래 갯벌존, 수인선존, 소래 염전존, 소래포구존 등 4개 상설 전시 공간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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