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이성윤이 막았다

양은경 기자 2021. 1. 2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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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이 서류 조작한 이규원 등 윗선 수사 나서자 중단하라 압력

2019년 3월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금과 관련,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불법 출금’ 혐의를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려 했지만 대검 이성윤 반부패·강력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의 저지로 무산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안양지청은 2019년 4월 법무부 수사 의뢰로 ‘법무부 출입국 공무원이 김 전 차관에게 출금 정보를 흘렸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중,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가짜’ 사건·내사번호가 적힌 출금요청 서류를 제출한 것을 확인해 이 검사와 그 ‘윗선’을 수사하려다 이 반부패부장에게 가로막혔다는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추가 공익신고서 등에 따르면, 2019년 7월 대검 반부패부는 안양지청 수사팀에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출금 절차가 진행됐고 (내사번호 부여 주체인) 동부지검장에게 사후 보고돼 추가 수사 계획이 없다’는 내용으로 수사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고 이는 그대로 관철됐다. 그에 앞서 반부패부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정보 유출 수사만 진행하고 추가 수사는 중단하라’는 지시도 했다고 한다.

안양지청이 2019년 7월 4일 대검 반부패부에 제출한 수사결과 보고서. '긴급출금' 에 대해 수사팀 판단으로 더 이상 수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문구가 적혀 있다. 제보자는 당시 대검 반부패부의 요구로 이 문구를 적게 됐다고 한다.

또한 법무부 검찰국 역시 출입국 직원 조사가 진행되던 2019년 5~6월 여러 경로를 거쳐 안양지청 수사에 개입했다고 공익 제보자는 밝혔다. 그는 2019년 6월 전화로 검찰 조사를 받던 법무부 모 서기관이 검사에게 “검찰 부탁받고 (출금을) 해준 것인데 이것을 수사하면 검찰도 다친다”며 사실상 수사팀을 ‘협박’했던 상황도 전했다.

한편,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수사에 착수한 수원지검 형사 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날 이규원 검사의 자택 및 사무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관리청, 대검찰청 정책기획과 등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정권수사 건건이 막힐 때마다… ‘방탄 검사’ 이성윤 있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에 외압을 넣어 중단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 안팎에서는 “직권남용 등 위법 행위로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는 이 사건뿐 아니라 “정권 관련 주요 수사마다 틀어막고 뭉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요 수사마다 틀어막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그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검찰 빅4′ 중 3개 보직을 차례로 맡았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을 연이어 맡으며 주요 수사를 오히려 방해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2019년 7월 대검 반부패부장 시절 가짜 사건번호를 동원해 김 전 차관을 출국 금지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와 법무부 출입국 관련 공무원에 대한 안양지청의 수사를 막았다고, 이 사건 공익제보자가 신고했다.

이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영전한 이 지검장은 2019년 9월 ‘조국 수사’ 당시 대검 간부들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는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검찰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2020년 1월 추미애 장관 취임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지난 한 해 정권 관련 수사를 뭉개고 정권 코드에 맞는 수사를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법조계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1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놓고 윤석열 총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과 중앙지검 간부들이 모여 기소 여부를 논의할 때 이 지검장만 유일하게 기소를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비서관 등 13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수사팀은 4월 총선 이후 추가 수사를 진행해 이진석 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추가 기소 의견으로 보고했지만 이 지검장이 이를 묵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윤 총장 징계의 토대가 됐던 ‘채널A 사건’은 수사팀이 사실상 이 지검장에게 항명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작년 7월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지만 한동훈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했다. 지난달엔 100쪽이 넘는 한 검사장 무혐의 보고서를 올렸지만 이 지검장이 결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수사팀 검사 전원이 이 지검장을 찾아가 “결재를 해달라”며 집단 항명을 벌이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작년 6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옵티머스펀드 사기사건 수사 의뢰를 받은 대검은 특수부에 해당하는 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에 사건 배당을 지휘했지만 이 지검장은 이를 일반 고소·고발 사건 처리 부서인 조사부에 배당했다. 석 달 뒤인 작년 9월 여권 인사 로비 의혹이 담긴 옵티머스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중앙지검이 이를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지검장은 뒤늦게 사건을 경제범죄형사부에 재배당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작년 4월 ‘채널A 사건’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수사를 9개월째 뭉갰다는 지적도 받는다. 수사팀은 최근 뒤늦게 최 의원 수사에 착수했다.

반면 정권 코드에 맞는 수사는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후배 검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 지검장은 작년 10월 과거 무혐의 처리됐던 윤 총장 처가 의혹 관련 사건들에 반부패부 수사 인력을 대거 투입하려다가 내부 이견에 부닥쳐 갈등을 빚었다. 나경원 전 의원 자녀 관련 의혹 역시 이 지검장이 수사팀을 닦달하며 기소를 압박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수사팀은 지난달 나 전 의원 관련 13건의 고발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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