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요양병원, 코로나병원 지정은 위법"

이준우 기자 2021. 1. 2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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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검토 안한 졸속행정 비판 일어

정부가 요양병원을 코로나 환자를 전담토록 하는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하자, 일부가 ‘의료진과 시설이 부족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서 “전담 요양병원 제도는 현행법 위반”이란 판단이 나왔다. 의료계에선 “전담요양병원 제도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잇달아 터지자 그 대책으로 작년 말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을 도입하는 대책을 내놨다. 병상 부족으로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지 못해 사망자가 늘었다는 지적이 있자, 일부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병상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11곳이 지정됐고, 5곳이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요양병원들에선 ‘법률 검토도 제대로 안 한 졸속 행정'이란 불만이 나온다. 실제 서울시에서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3곳 중 한 곳인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은 지난해 말 법무법인 김앤장에 전담병원 지정에 대한 법률 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김앤장은 지난 6일 “요양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의료법 36조에 위반된다”는 결론이 담긴 검토서를 보냈다. 의료법 36조 관련 시행령과 규칙 등엔 요양병원 입원 대상으로 ‘노인성 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또는 상해 후 회복 기간에 있는 자’만 언급돼 있다. 특히 ‘감염병 환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김앤장은 ‘코로나에 걸린 사람을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행복요양병원은 김앤장의 법률 검토서를 받은 직후 이를 ‘지정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서와 함께 중앙사고수습본부 측에 보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장문주 행복요양병원 병원장은 “아직 서울시로부터 지정됐다는 공식적인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공식 통보를 받는 즉시 행정소송 절차에 돌입할 생각”이라고 했다.

요양병원들은 “우리는 전염병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 인력도 없을 뿐더러, 병원 내 전염이 확대될 경우 사상자가 수없이 불어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음압기 등 코로나 관련 의료 기기들이 들어온들 기존 인력들은 이를 제대로 다룰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이에 대해 “감염병 위기 땐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요양병원을 감염병 관리 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요양병원들은 법조계의 법률 해석을 받아 “평상시든 위기시든 감염병 관리 기관은 의료법에 분류된 의료기관 중 ‘병원’과 ‘종합병원’ 중에서만 지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법은 의료기관을 세부적으로 나누고 있는데 요양병원은 병원이나 종합병원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규정돼 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전염병 관리 기관으로는 병원과 종합병원 중 지정할 수 있을 뿐, 요양병원은 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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