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 언니 기록 깨봤죠, 도쿄서도 메달 들어올릴래요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최중량급(75kg 이상) 금메달리스트 장미란(38)은 ‘한국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레전드가 걸었던 길을 같은 최중량급(90kg 이상·2017년 기준 변경)의 스물한 살 이선미(강원도청)가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2018년 6월 중고연맹회장기 여고부 인상에서 121㎏을 들어올려 장미란이 갖고 있던 한국 주니어 기록(120㎏)을 15년 만에 깨더니, 두 달 뒤 중고선수권에선 인상·용상 합계 276㎏으로 장미란의 한국 주니어 기록(275kg)을 또 갈아치웠다. 장미란의 성인 최고 기록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웠던 합계 326㎏이다.
이선미의 현 기록(공식 280㎏)은 세계 4위권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주 초 진천선수촌에 들어가기 전 전화로 만난 이선미는 “도쿄올림픽에서 일단 메달권에 진입한 뒤, 그 다음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바벨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들었다. 중학교 사춘기 시절 역도가 지겨워져 그만둘 핑곗거리를 찾다 부모에게 “중3 때까지 금메달 3개를 따지 못하면 체육고 대신 일반고를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2015년 소년체전에서 덜컥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3관왕에 올랐다. ‘금메달의 맛’을 본 소녀는 의욕을 불태웠다. 청소년대표,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열아홉 살이던 2019년 2월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작년 1월 훈련에 전념하던 중 무릎 통증이 심해졌다. 간신히 재활을 마치고 나니 허리에 탈이 났다. 주사와 물리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해 결국 작년 9월 처음으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코로나 때문에 올림픽이 1년 미뤄지긴 했어도 한창 기량을 끌어올려야 할 때라 초조했어요. 경쟁자들 기록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았죠.”
석 달 동안 엎드려 허리에 힘을 줬다가 풀기만 수없이 반복했다. 이렇게라도 단련해야 다시 다치지 않을 거라고 이를 악물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해도 된다는 의료진 허락을 받은 것이 한 달 전. 1년을 재활에만 쏟아부은 이선미에겐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기회가 된 셈이다.
요즘은 새벽 달리기로 하루를 연다. 동그란 바벨 안고 윗몸 일으키기, 스쿼트 등을 하면서 허리와 허벅지를 단련한다. 부상 전인 재작년 수준으로 몸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다. “예전엔 훈련이 너무 힘들었는데 수술과 재활을 겪고 난 지금은 재미있다”고 했다.
이선미는 스스로 인정하는 ‘대회 체질’이다. “관중 많은 대회에 나가면 이상하게 기록이 더 잘 나와요.” 2019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선수권 때도 “별로 힘을 안 줬는데 바벨이 쑥쑥 올라가서” 금메달 3개를 따냈다고 했다. 하지만 평소엔 낯을 가리고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다. 우상인 장미란과 2년 전 식사를 같이 했는데, 너무 떨려서 뭘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며 웃었다.
올림픽을 6개월 남겨둔 이선미는 “하루라도 게으름 피우면 어제만큼 들어올리지 못해요.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겨뤄야 하죠”라면서 “지금은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드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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