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이목구비 다 구별해내 AI 얼굴 인식기 세계1위 야심
지문·얼굴 인식 보안기기 전문 제조업체 슈프리마HQ 이재원(53) 회장은 18일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최근 출시한 AI(인공지능) 얼굴 인식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 회장은 지난 5일 공학계 ‘명예의 전당’으로 불리는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에 선정됐다. 올해 뽑힌 50명을 포함해 정회원 289명 중 최연소다. 선정 규정이 까다로워 유명 대학 총장과 교수, 연구원도 탈락하는데 중소기업 경영자가 뽑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슈프리마의 기술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수많은 사람 얼굴을 학습해 미세한 이목구비 차이를 구분해 내고, 사람이 자신의 얼굴 대신 사진을 들이대는 것 같은 꼼수도 적외선 카메라로 잡아낸다”고 말했다. 슈프리마의 인식기가 사람을 잘못 판단할 가능성은 100억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슈프리마 그룹의 2019년 매출액은 982억원. 수출 비율이 70%가 넘는다. 영업이익률은 30% 수준이다. 미국·프랑스·러시아 내무부, 독일 경찰청에도 이 회사 보안 장치가 설치돼 있다.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1을 포함해 전 세계 1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에 이 회사 지문 인식 시스템이 들어갔다.
그는 AI 기반의 보안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최근 AI와 클라우드(가상 서버) 기술 개발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디지털 신분증 기술·기기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2000년 슈프리마를 창업한 이후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일해왔다”며 “보안 분야의 애플이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사업 초기부터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이 아닌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해외에서 승부를 걸었다. 이 회장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상품 기획과 제품 완성도, 애프터 서비스까지 갖춰야 시장에서 통하더라”고 했다.
슈프리마는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사내 복지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직원에게 최대 5억원까지 무이자 주택 대출을 해주고 금요일 일찍 퇴근하는 주 4.5일제도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에서 스카우트해 온 연구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회장은 “기술의 원천은 인재”라며 “뛰어난 인재를 뽑아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회사도 발전한다”고 했다.
“제 꿈은 100년 기업을 만드는 겁니다. 하지만 죽지 않고 좀비처럼 살아만 있는 기업이 돼선 안 됩니다. 삼성, 애플처럼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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