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로 타격.. 자영업 손실보상제 추진

이기훈 기자 2021. 1.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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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화 지시 丁총리 "개혁 저항 세력".. 난색표명 기재부 하루만에 백기

정부·여당이 코로나 방역 조치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영업 손실 보상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의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못 한 분들에 대해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라고 했다. 정부의 영업제한·집합금지 조치 대상이 된 업종의 매출 손실분과 기본 경비 등을 정부가 보상해주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정부 지침에 따라 영업을 못 하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제도화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경남도지회 회원이 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입구에서 상복 차림으로 영업 허가증을 불태우고 있다. 이 단체는 코로나 관련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완화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반발해 이 같은 항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도 영업 손실 보상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피해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정부와 국회가 논의해서 지원 패키지를 짜는 것이 맞는다”고 해 법제화에 난색을 보였다. 그러나 정 총리는 이 발언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전날 밤 방송 인터뷰에서 “개혁 과정에 항상 반대 세력도 있고, 저항 세력도 있다”며 기재부를 ‘개혁 저항 세력'으로 몰아붙였다. 결국 기재부는 하루 만에 백기를 들고 제도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4개월에 100조원 드는 방안도 논의 중

국회에선 코로나 방역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손실을 국가가 일부 보전하는 법안이 10건 가까이 논의되고 있다. 집합금지(영업금지)와 집합제한(영업제한)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이 주 타깃이다. 작년 8월 19일 수도권을 시작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시행하며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집합금지가 시작됐다. 지난해 노래방·당구장·유흥주점·헬스장·학원 등이 집합금지 업종으로 영업을 못 했고, 카페·식당·미용실·PC방·숙박업소 등이 영업 시간을 줄여야 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영업에 피해를 봤으니 정부가 피해를 메워줘야 한다는 것이 이들 법안의 목적이다.

지금까지 논의되는 것 중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방안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추진하고 있다. 집합금지 업종은 전년보다 줄어든 매출의 70%를 월 3000만원 한도 안에서, 집합제한 업종은 손실 매출의 60%를 월 2000만원 한도 안에서, 일반 업종도 줄어든 매출의 50%를 월 1000만원 한도 안에서 보상하는 안이다. 22일 관련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 방안엔 월 평균 24조7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방역 기간을 4개월로 가정했을 때 98조8000억원이 든다. 지난해 네 차례 편성한 추경예산 67조원을 뛰어넘는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각 업체의 손실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보상해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막대한 행정비용이 들 것”이라고 했다.

여당의 강훈식 의원은 이미 영업이 제한된 자영업자에게 일정 수준 보상금을 주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휴업한 기간 동안 최저임금 정도를 맞춰주고, 임차료·공과금 등도 일부 보상해 주자는 내용이다. 이 방안에도 월 1조2000억원이 들어간다. 이 외에도 정부 부처에 손실보상심의위원회 같은 것을 설치해 보상 여부를 결정하자는 법안, 집합금지·제한 업종에 포함되면 정부나 금융회사가 공과금과 이자를 청구할 수 없게 하자는 법안도 발의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5건, 국민의힘 3건, 정의당 1건 등 법안이 각축 중이다.

◇손실 보상 제도화하면 세금 투입 눈덩이

어떤 식으로든 자영업자 손실을 줄이는 방안이 법제화되면 막대한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자영업 종사자는 657만3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24.4%다. 주요 선진국 자영업자 비율이 1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손실 지원을 제도화하면 나중에 추가로 들어가야 할 돈이 눈덩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비슷한 재난이 다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애초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손실 보상 법제화 카드에 주저했다. 그러나 정치인 총리의 강한 드라이브에 막혔다. 여야(與野) 모두 영업 손실 보상제 도입에 긍정적인 데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 입법화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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