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K자형 양극화' 대비할 다섯 가지 전략
[경향신문]
2021년 새해가 되었어도 활력을 찾지 못한다. 언론 기사에서는 지난 한 주 동안 주식과 부동산 이야기뿐이다. 국내 IT 기업 대표의 자사주 친·인척 증여액 1452억원, 연예인 건물 매각 시세 차익 24억원 등이 대표적 사례다. 매년 새해 듣던 “올 한 해 건강하고, 행복하세요!”라는 말도 낯설다. ‘행복’이라는 말보다는 ‘불행’하다는 인식이 더 팽배하다. 지난 한 해 동안 거리 두기가 유지되면서 불안감도 잔존한다. 방역 문제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혼란도 적지 않았다.
지난 1년은 힘든 시기였다.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바이러스를 피하지 못했고, 그 여파는 경제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감염 위협에 수많은 사람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러스는 균질적이지 않았고 취약층에 더 가혹했다. 그렇다면 이런 파국을 딛고 올해엔 보다 나은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까. 언론과 학계는 코로나19 이후 상류층과 중하위층의 소득과 자산 격차가 심화될 것으로 진단한다. 특히 경제회복 과정이 ‘K자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단기적으로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상단과 하단의 진행 방향이 알파벳 ‘K’자처럼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전통적 산업과 정보통신 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의 심화를 의미한다. 지난 한 해 동안 12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다. 비정규직, 자영업, 비공식 노동자, 청년, 여성은 경제회복 이후에도 빈곤과 불평등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코로나19 종식과 경제회복은 더디겠지만 좌절하고 희망까지 잃을 필요는 없다. 더 신속하고 과감한 제도와 정책을 모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미 코로나19와 같은 괴물로부터 민첩하고 탄력 있는 회복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전환시대의 전략과 과제들이다.
첫째,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사회적 보호의 제도 설계다. 기존 근로기준법이나 고용정책은 물론 주거복지와 사회보험제도까지 혁신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특수고용·플랫폼노동·프리랜서·자영업자까지 포괄하는 제도의 전환을 의미한다. 전 국민 사회보험과 유급병가, 그리고 청년 출발자산 등이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둘째, 모든 국민에게 직업능력 향상의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평생학습체계의 설계다. 생애주기별 평생학습휴가제, 시민활동·직업훈련계좌제 같은 촘촘한 평생교육 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셋째, 더 많은 일자리와 휴식권이 보장된 괜찮은 노동시간 정책의 설계다. 주 4일이나 24시간에서 32시간의 라이트 풀타임(light-full time) 일자리와 같은 과감한 시간의 정치도 필요하다. 넷째, 성장의 한계와 생산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한 녹색일자리 전략과 프로그램 설계다. 기후환경을 살리면서 불평등을 완화하는 괜찮은 일자리로의 전환, 즉 정의로운 전환은 코로나19 이후 산업과 고용정책의 지향점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코로나19 이후 대전환의 재정 전략 설계다. 미래의 지구와 도시,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다면 재난안전세, 디지털 플랫폼세, 탄소세 도입 등을 논의하자. 물론 단기적으로 신용카드, 유가보조, 부가가치세 등 약 17조원의 비과세감면 조정을 통한 재정정책도 가능한 방법이다.
2년, 3년 또는 5년 후 세상이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나 산업구조 및 기술발전 그리고 세계화와 같은 거대한 파고들을 피할 수 없다면 미리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 삶을 지탱하는 것조차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기 위한 전환 전략은 바로 새로운 사회계약과 규칙 만들기가 시작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섣불리 예측하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상상하면 어떨까.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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