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모두 해리스를 쳐다봤다.. "가장 강력한 부통령 될 것"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의 또 다른 주인공은 카멀라 해리스(56) 부통령이었다. 미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유색인종 부통령에 오르게 된 해리스와, 또 사상 첫 ‘세컨드젠틀맨’으로 등장한 남편 더그 엠호프 변호사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신임 대통령 그늘에 가려 존재감이 약했던 여느 부통령들과는 출발이 달랐다.
이날 취임식에서 에이미 클로버샤 취임준비위원장 등 여러 연사는 해리스를 소개할 때 화려한 수식어를 붙였다. “미 역사상 첫 여성이자 첫 흑인, 첫 아시아계 부통령” “미국의 꿈과 미래를 상징하고, 역사를 만드신 분”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반세기간 상원의원, 부통령 등을 지내 워낙 알려진 인물이지만, 해리스는 여러 면에서 ‘최초’를 붙일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언론들도 “여성 참정권 운동 100년 만에 흑인 여성 부통령을 갖게 됐다”(CNN) “기념비적인 장면”(워싱턴포스트)이라고 했다.
미국 여성으로선 최고 직위에 올라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장벽)을 깬 해리스를 축하하기 위해, 이날 미 여성 수십만명이 해리스의 트레이드마크인 진주 목걸이를 착용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취임식장 주변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흑인 여성들이 다수 눈에 띄었고, 해리스의 모습을 담은 기념품이 바이든 기념품보다 비싼 값에 팔리기도 했다.
바이든과 해리스가 백악관을 향해 행진할 때, 두 사람의 모교인 델라웨어대와 하워드대의 악대가 호위 행진을 펼쳤다. ‘흑인들의 하버드’로 불리는 하워드대는 워싱턴 DC에 있지만 대통령 취임식을 누빈 건 처음이다. 해리스의 아버지는 자메이카 출신의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였고, 어머니는 인도 출신의 생물학자로 유방암 연구자였다. 해리스 외가인 인도까지 축제 분위기였다. 해리스의 외할아버지 고향인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툴라센드라푸람 마을 주민들은 미국에서 취임식이 열리는 순간 “만세”를 외치고, 해리스의 성공적 임기 수행을 기원하는 특별 기도회를 가졌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미 권력 서열 2위인 아내가 취임 선서할 때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성경을 받쳐든 엠호프 변호사도 화제였다. 그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첫 세컨드젠틀맨일지 모르지만, 마지막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성 부통령이나 대통령이 더 나와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외조를 위해 대형 로펌 임원직을 그만두고 워싱턴 내 조지타운대 로스쿨 교수로 취업했다. 이날 유대계 백인인 엠호프가 첫 결혼에서 얻은 아들과 딸, 그리고 해리스 여동생의 흑인 손녀들까지 취임식 연단에서 어울려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연사들은 “이것이 진정한 미국의 가족”이라고 했다. 엠호프의 전처까지 이날 해리스 취임을 축하하러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해리스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정부가 내세운 다양성과 통합, 진보 의제는 여성·유색인종인 해리스를 통해 집행될 때 현실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바이든의 코로나 경기부양책 검토 시 전국 주지사와 대도시 시장들을 일일이 접촉해 의견을 조율한 게 해리스였다고 한다. 새 상원 의회가 여야 50대50으로 양분돼 있어 해리스가 상원의장으로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정국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은 79세 고령이어서 4년 뒤 재선 출마가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해리스는 대선 도전에 있어서도 여느 부통령보다 유리한 출발선에 선다고 NYT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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