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전술적 단일화로는 이기기 어렵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2021. 1.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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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 보수가 고전하는 이유

4월 7일 서울시장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모두 안다. 야권이 이기면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지고 민주당은 책임을 둘러싸고 갈등에 휩싸일 것이다. 민주당이 이기면 야권은 대안 부재에 시달리면서 윤석열과 홍준표의 원심력으로 분열될 것이다.

2011년에 비하면 정치 지형이 크게 변했다. 그때만 해도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구도였지만 지금은 민주당 대 반민주당 지형이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2017년 탄핵 전까지 정치 지형은 민자당 대 반민자당,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새누리당 대 반새누리당으로 보수가 주류이자 상수였다. 지금은 보수가 민주당의 고육지책이었던 통합과 연대를 말하는 비주류 신세가 되었다.

보수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반격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까. 몇몇 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아직은 낙관의 근거가 약하다. ⓵정권 교체에 동의하는가? ⓶야당이 대안인가? 두 질문 모두 55% 이상이 동의한다면 승리를 낙관해도 좋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민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야당을 대안으로 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비호감이 높다. 특히 20~40대의 젊은 세대에게는 혐오의 수준이다. 음식에 머리카락 나온 것이 비호감이라면 혐오는 바퀴벌레가 나온 격이다.

안철수 대표는 19일 “국민의힘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 주십시오. 이 개방형 경선 플랫폼을 국민의힘 책임하에 관리하는 방안까지 포함해서 가장 경쟁력 있는 야권 단일 후보를 뽑기 위한 실무 논의를 조건 없이 시작합시다. 저는 이 논의에서 결정된 어떤 제안도 수용하겠습니다”라며 ‘원샷 경선’을 제안했다.

이미 1월 6일 안철수에게 “단일화는 우리 당 후보가 결정된 다음에 논의 할 수 있다. 경선에 참여하려면 입당하면 된다”고 최후 통첩(?)을 한 김종인은 즉각 거부했다. 국민의힘이 ‘당적을 가져야만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는 당헌·당규 때문에 오픈 경선이 불가하다고 말하지만 다른 당 대표에게 입당을 요구하는 당의 핑계치고는 군색하다. ‘입당’ 압박은 기득권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안철수가 명분 싸움에서 한발 또 앞섰다.

3자 대결 불사까지 꺼내면서 ‘자강’의 길을 택한 김종인의 승부수가 통할까. 안철수와 국민의힘 모두 도전자다. 도전자 포지션의 캠페인 목표는 세 가지다. ⓵박원순 시장과 민주당이 서울시를 잘못 이끌어 왔다. 반드시 바꿔야 한다. ⓶내가 더 나은 비전과 리더십이 있다. ⓷내가 더 경쟁력이 있다. 어떤 서울시를 만들 것인가, 어떤 시장이 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선거에서는 역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선택받는다. 지지율에서 앞서는 안철수가 유리한 이유다.

2017년 대선 이래 보수 진영은 정체성·리더십·지지 기반의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다. 초유의 일이다. 김대중·노무현에게 정권을 잃었을 때도 이회창·박근혜의 리더십은 굳건했다. 리더십 공백은 ‘불려온’ 외부 인사에게 안방을 내주고 당 밖의 인물들에게 휘둘리는 상황을 초래했다. 김종인 위원장의 자강론이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대선 자강부터 했어야 한다. 안철수는 배척하면서 윤석열을 향해서는 “별의 순간이 보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김종인과 안철수의 갈등이 부각되었지만 사실은 나경원과 안철수의 대립이 더 본질적이다. 김종인과 안철수는 중도 지향이라는 방향이 같다. 반면 ‘중도’의 안철수와 ‘보수’의 나경원은 정체성에서 선명하게 대비된다. 나경원이 “우파 이념과 좌파 이념, 보수 이념과 진보 이념이 있지, 중도 이념이라는 건 없거든요. 다만 중도층이 있는 거죠”라고 말했는데 이게 핵심이다. 사람이 투표하는 거지 이념이 투표하는 게 아니다. 중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중도층이 중요한 것이다.

‘스윙 보터’인 중도를 잃은 게 보수가 몰락한 핵심적 이유다. 중도는 ‘자유 우파’와 같은 이념적 슬로건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내 삶을 위한 더 나은 대안’을 찾아 ‘스윙’한다. 보수가 원하는 답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중도(이념)·중부(수도권)·중년(40~50대)·중산층(화이트칼라)을 잃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안철수의 제안을 받지 않는다면 일대일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지만 일대일 단일화는 생각보다 리스크가 크다. 1987년 YS와 DJ의 단일화 실패, 2002년 정몽준의 지지 철회, 2012년 안철수와의 화합적 결합 실패 사례에서 보듯 ‘팽팽한’ 세력 간의 단일화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2011년 박원순·박영선 경선처럼 어느 정도 결과가 예측되는 단일화가 오히려 리스크가 작다.

‘전략적 단일화’와 ‘전술적 단일화’도 구별해야 한다. 전략적 단일화는 지지 기반이 겹치지 않고, 지지층의 70% 이상이 단일 후보로 이동하고, 단일 후보가 상대를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승리의 충분조건을 충족하는 단일화다. 1987년에 YS와 DJ가 단일화했다면 전략적 단일화가 됐을 것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사례는 지지 기반이 겹치지 않았지만 지지층의 이동이 제한적이었고 이회창을 압도하지 못했으므로 전술적 단일화다.

2012년 문재인·안철수 사례는 지지 기반이 겹치고 단일화 이후 박근혜와 ‘비로소’ 승부가 됐기 때문에 ‘전술적 단일화’였다. 승리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이번 단일화 역시 지지 기반이 겹치지는 않지만 지지층의 이동이 비대칭적이고 단일화가 되어도 민주당 후보를 압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술적 단일화에 불과하다. 단일화가 승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승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샷’ 경선이 좋다. 국민의힘이 안철수의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안철수가 ‘합당’을 결단하는 수밖에 없다. 정치는 모든 것을 던지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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