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의 추억[횡설수설/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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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첫 휴대폰은 1995년 선보인 '화통'이다.
화통 광고의 첫마디가 "휴대폰이 항상 잘될 수는 없죠"였다.
휴대폰은 잘 안 터지는 게 정상이었다.
통화만 되어도 감지덕지였던 휴대폰이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도구로 진화하는 동안 LG폰도 숱한 변화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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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사람들에게 LG폰은 아픈 손가락이다. 아파도 손가락이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미래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허브가 될 스마트폰 사업은 적자가 나더라도 떼어낼 수 없었다. 최고경영자가 새로 올 때마다 “반드시 반등에 성공하겠다”고 했지만 누적 영업적자가 5조 원에 이르자 더는 버티기 어려워졌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할 뜻을 내비쳤다.
▷지금도 LG 초콜릿폰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막대 초콜릿 느낌의 검정 케이스에 붉은색 터치패드 빛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풍겼다. 초콜릿보다는 양갱 같다는 사람도 많았는데 피처폰 시절인 2005년 당시로는 획기적이었다. 2007년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함께 개발한 프라다폰은 센스 있는 부유층의 상징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10여 년 전에 쓰던 LG 피처폰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서랍 속에 간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적어도 외모 면에서는 당시 LG폰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증권가에서는 19일부터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설이 돌았다. 이날부터 LG전자 주가는 폭등했다. 시가총액은 22조 원대에서 3일 만에 30조 원을 돌파했다. 적자 요인을 털어내면 기업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비슷한 일이 최근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에도 있었다. 경쟁업체에 밀리는 제조를 포기하고 설계에 집중할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주가가 반등했다. 잘하는 것만 더 잘하라는 것이 시장의 요구다.
▷한번 때를 놓치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놓고 벌이는 게임이라면 더욱 그렇다. LG폰의 위기는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 늦어지면서 시작됐다는 평가가 많다. 다행히 스마트폰 사업을 접더라도 연구개발 인력은 그대로 남는다. LG전자는 세계 1위 수준의 생활가전을 갖고 있고, 자동차 부품 및 전장 사업에도 진출했다. 한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힘들고 지키는 건 더 어렵다. 경쟁을 이겨내고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새로운 한국의 효자 산업이 계속 등장하길 기대한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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