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끝이 아니라고 경고해야 한다[오늘과 내일/이성호]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입력 2021. 1. 22. 03:02 수정 2021. 1. 2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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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공지입니다.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지역보건소에 추가로 공급됐습니다. 만 19세 이상 성인은 보건소에 가면 바로 맞을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며칠 전 미국 뉴욕시의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로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렸다.

화이자 백신을 맞고 싶은 김 씨는 선택할 수 있을까.

만에 하나 그 상황에서 일부 백신의 도입이 늦어져 접종에 차질이 빚어지면 상상하기 힘든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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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접종은 '코로나 2라운드' 시작
예측 불가능한 혼란까지 대비해야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긴급공지입니다.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지역보건소에 추가로 공급됐습니다. 만 19세 이상 성인은 보건소에 가면 바로 맞을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자, 휴대전화로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첫 번째는 주변 사람에게 묻거나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는 사람, 두 번째는 보건소에 직접 전화해 확인하는 사람, 마지막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건소로 달려가는 사람일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이 얼마나 될지 의심이 들 만도 하다. 하지만 지금 바다 건너에선 현실이다.

며칠 전 미국 뉴욕시의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로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렸다. ‘지금 가면 예약 없이 성인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보고 달려온 사람들이다. 메시지는 가짜였다. 당시 뉴욕에선 의료기관 종사자와 65세 이상 같은 우선접종 대상자 중 예약자만 접종이 가능했다. 줄지어 선 시민들은 “제발 돌아가라”는 보건소 직원과 경찰의 호소 대신 SNS 메시지를 믿으며 밤을 지새웠다.

한국은 다를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 3차 유행 초기였던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코로나19 현황’이라는 제목의 메시지가 SNS와 휴대전화를 통해 확산됐다. 방역당국의 발표 형식을 그대로 가져와 신규 확진자가 오후 9시 582명, 10시 632명, 11시 852명으로 급증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확진자 수 증가가 무서운 속도로 빨라지던 때라 불안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 역시 가짜였다. 지난해 말 약국마다 다짜고짜 클로로퀸(말라리아 치료제)을 사겠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가짜정보를 믿고 온 사람들이다. 클로로퀸은 지난해 5월 당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복용 사실을 밝힌 약이다. 하지만 일찌감치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정부 발표대로 2월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아마 한국에서도 뉴욕 같은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선순위를 놓고도 이견과 갈등이 우려된다. 예컨대 의료기관에는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간병, 행정, 청소, 경비, 조리 등 여러 분야의 직원이 있다. 이 중 우선접종 대상은 어디까지일까. 또 만성질환자 기준도 갈등 요소다. 빨리 맞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고위험군’으로 지정해달라는 요구가 쏟아질 수 있다. 만약 장애인을 포함시킨다면 등급 기준으로 할지, 아니면 마스크 착용 능력으로 할지도 애매하다. 기업인은 외국인 직원의 접종 여부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백신 선택권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서울의 김모 씨는 이번 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을 예정이다. 그런데 부산에 사는 김 씨의 사촌은 다음 주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고 한다. 화이자 백신을 맞고 싶은 김 씨는 선택할 수 있을까. 접종 시작과 동시에 이처럼 갖가지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최근 백신 도입과 접종 일정이 가시화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희망적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친 국민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마치 끝이고 전부인 듯한 메시지는 불안하다. 과도한 희망은 자칫 예측 불가능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접종이 시작되는 순간, 지칠 대로 지친 국민의 방역의식이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집단면역에 이르기 전 4차, 5차 유행을 맞닥뜨릴 수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그 상황에서 일부 백신의 도입이 늦어져 접종에 차질이 빚어지면 상상하기 힘든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접종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너무 희망에 치우쳐선 안 되는 이유다. 아직은 최선보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둘 때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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