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든에 편지는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손편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대선 불복 행보를 하며 바이든을 백악관에 초청하지 않고 취임식에도 불참하는 등 관례를 깼지만, 전임자가 후임에게 격려와 당부를 담은 편지를 남기는 전통만큼은 지킨 셈이다.
트럼프가 편지에 무슨 말을 적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백악관 입성 후 집무실 오벌 오피스의 ‘결단의 책상(대통령 전용 책상)’에 올려진 편지를 본 뒤, 내용을 묻는 기자들에게 “매우 관대한(generous) 편지였다”며 “사적인 편지라 그의 허락이 있기 전까진 자세히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의 한 측근은 CNN에 “나라의 성공을 기원하고 새 정부가 나라를 잘 보필할 것을 염원하는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밤에 썼다”고 전했다.
미 대통령이 떠날 때 후임자에게 손편지를 남기는 전통은 1989년 고(故)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시작했다. 그의 후임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역시 1993년 자신의 재선을 저지한 빌 클린턴에게 “당신의 성공이 곧 우리나라의 성공이다. 당신을 열렬히 응원한다”는 편지를 남겼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09년 소속 정당이 다른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판받고 힘든 순간이 있겠지만 용기를 잃거나 정도에서 벗어나지 말라. 당신을 지지한다”는 편지를 받고 울컥했다고 한다.
트럼프도 2017년 오바마에게서 “우리는 이 집무실을 잠시 거쳐가는 사람들이다. 법치와 권력분립, 평등과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돼달라”는 편지를 받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오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올라 플로리다를 향해 출발하는 순간, 프랭크 시내트라의 팝송 ‘마이웨이’가 울려퍼졌다. 이 장면은 CNN 등 미 방송사들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뉴욕타임스는 “본인 뜻대로 살아온 삶에 대한 송가”라고 했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리얼리티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절묘한 선곡”이라는 평도 나왔다. 이날 트럼프 환송식장엔 ‘마초맨’ ‘빌리진’ ‘YMCA’ 등 트럼프의 여러 애청곡이 연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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