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탄소중립 다 어디로 숨었나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2021. 1.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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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해를 거듭해 활활 타오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우리 증시와 지구 온도다. 직장인들 대화 내용의 반은 주식 이야기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기업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시세표가 빨갛게 깜박이면 오르는 기쁨에 눈은 더 빨개지고, 파란불엔 심장이 얼어붙는다. 다 내 돈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돈 이상으로 중요한 것도 같이 걸린 일이라면 어떨까? 사생결단으로 달려들 거라 생각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지난 18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있었다. 기후위기 대처 방안이나 2050 탄소중립 실행에 대한 질문이 한번은 나올까 싶었는데, 없었다. 대통령께서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11월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만들어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말이 쉬워 탄소중립이지 이건 탄소중독에서 벗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알코올이나 약물, 도박 같은 중독도 벗어나기 어려워 그토록 사람이 망가지는데, 한 사회가 탄소의존성을 벗어나려면 도대체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할까. 짐작하기도 어렵다. 그렇게 어려운 과제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질문도 답변도 한마디가 없었을까!

임기 4년차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라면 임기 만료까지 꼭 이뤄야 할 주요 어젠다가 담겨야 한다. 그린뉴딜, 탄소중립 다 어디로 숨었나.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사인을 했을까.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은 왜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 중일까. 이런 세금제도가 실행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는 얼마나 치명적일까. 게다가 세계 주류 투자운용사들이 이제 탄소배출 많이 하는 업종과 온난화를 가속시킬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이유는 뭘까. 지구 온도가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투자금도 회수 못하고,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해 기업도 망하고, 기업이 망하기 전에 지구에서 다 같이 죽는다는 위기감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가. 기자들은 왜 하고 많은 과제 중 이토록 중요한 일에 관심이 없었을까. 동서남북(NEWS)을 아울러야 뉴스다. 우리는 뉴스를 제대로 접하고 있나. 우리 미디어는 너무 국내용에 현재용이다. 독자들의 관심도 코앞의 사건·사고와 나라 안으로만 향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작년 9월 발표에 따르면 지구 평균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상승했고, 2024년까지 1.5도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구 평균온도 2도 상승점은 티핑포인트다. 이 지점에 이르면 6도까지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면 지구상의 생물은 멸종한다. 이것이 내 돈벌이는 물론 내 생명, 내 건강, 내 자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2050년까지 반드시 탄소중립 목표를 이뤄야만 하는 이유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배경에는 ‘위기에 강한 나라 든든한 대한민국’이라는 구호가 걸려 있었다. 위기에 강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발생한 위기를 제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측된 위기를 일어나지 않게 대비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2050 탄소중립을 위해 긴급한 것을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는 긴급성 중독에서부터 벗어나야 할 때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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