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의 입법독주, 제도적 견제장치 가능한지 짚어줘야[독자위원회 리뷰]

정리=이현두 기자 2021. 1.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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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를 실천하기 위해 위원들의 온라인 의견 제출로 좌담회를 대신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3일 열렸던 독자위원회 모습이다. 왼쪽부터 류재천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이준웅 성태윤 위원.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백신 수급 방법과 시기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거대 여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인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경제3법 등이 국회를 통과해 ‘입법독주’ 논란이 일었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도 이뤄졌다.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를 실천하기 위해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코로나 재확산, 개각 등의 보도에 대해 1월 18일 e메일로 의견을 제출했다.》
김종빈 위원장=2020년 12월 14일자 A4면의 ‘野 “정부 판단오류가 낳은 대재앙적 인재, 백신 확보 뒷전 미룬채 K방역 자화자찬”’ 기사는 정부의 대책을 촉구한다는 의미에서 좀 더 비중 있게 보도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 대확산을 막기 위해 정치 공방을 자제해야 한다고 하지만 잘못은 잘못대로 짚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1월 1일자 A10면의 ‘34일만에야 “마스크 3장” 대책…법무부 노조 “추미애 책임져야”’ 기사는 법무부 장관이 무엇을 왜 어떻게 잘못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것 외에도 교정업무, 출입국 관리업무, 국가소송 업무 등 살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추 장관은 이러한 고유 업무는 방기하고 오직 검찰과의 싸움만 하고 교정 시설 내 코로나 확진자가 번지는 데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성태윤 위원=코로나 백신을 통한 국민의 면역 형성은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가장 결정적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백신의 준비 과정이 어떻게 됐는지를 보다 종합적으로 보도했으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3차 유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최초 발생 이후 일시별로 코로나19의 검사, 확진, 중환자, 사망자의 흐름을 제시하고 이러한 숫자가 증가했을 때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제시하면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할퀸 삶’ 시리즈는 취약계층과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계층에 대한 집중적이고 두터운 지원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좋은 기사였습니다.

류재천 위원=코로나 백신과 관련한 기사들이 대부분 정부 브리핑 위주의 전달 기사였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백신 제조회사에 따른 종류별 특징과 현재 긴급사용을 허가한 국가들의 상황 등을 정리한 보도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1월 1일자 A12면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최종 계약…2분기 국내 도입’ 기사에서는 미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과에 의문이 있어 승인 시점을 4월로 늦출 것이라고 보도했고, 1월 5일자 A1면 ‘백신 60일 이내 승인, 2월말부터 접종 시작’ 기사에서는 국내 조기 승인 가능성을 보도했습니다. 미국과 국내 승인이 2개월 이상 차이가 나는데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 기사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이은경 위원=2020년 12월 12일자 1면 ‘코로나 과부하에…일반 응급체계 빨간불’, 2020년 12월 14일자 A3면 ‘서울 모든 응급실 한때 빈자리 ‘0’…고열 확진자 이틀 넘게 자택대기’ 기사는 응급체계의 문제점을, 12월 19일자 1면의 ‘백신 내년 2, 3월 공급 계약서엔 명시 안됐다’ 기사는 백신 도입 과정의 허점을 각각 날카롭게 지적해 돋보였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교회 현장예배 중단 조치와 교회 폐쇄 명령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에 대한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이준웅 위원=코로나 백신과 관련해 대부분의 기사들이 백신 확보 여부와 접종 시기에 대한 예단으로 흐르는 가운데 동아일보가 백신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는 기획 인터뷰를 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한 점은 매우 좋았습니다. 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하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하는 세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실용적으로 사안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신년특집 여론조사에서 백신 접종 시기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를 물어서 소개한 기사는 좋았습니다.

성 위원=2020년 11월 26일자 A8면 ‘대학-입사 동기인데 자산 격차…코로나 이후 4억→11억 더 벌어져’ 기사는 ‘코로나가 할퀸 삶’이라는 주제로 자산 불평등 악화 문제를 현실감 있게 보도한 유익하고 좋은 기사였습니다. 그런데 기사에서 보도한 사례는 코로나19보다는 2017년 이후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사실상 가장 큰 원인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국토부 장관의 임명과 함께 이전 정책에 대한 수정이 왜 필요한지를 이러한 기사의 내용과 연결하면 더욱 좋을 듯합니다.

최은봉 위원=개각 및 청와대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 2020년 12월 31일자 A1면 ‘靑실장에 유영민-이호승…민정 신현수 유력’ 기사는 정확성이 있었고, 당시의 분위기를 잘 전달해줬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1월 1일자와 1월 2일자에 보도한 새해특집 여론조사 기사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다만 개헌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도할 때는 개헌의 범위와 내용에 대한 보충설명이 있으면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준웅 위원=문재인 정부의 내각 및 비서진 인사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영역별 전문성, 관련 경력, 캠프 출신 여부 등을 확인해 정리하면 좋은 기사가 될 것입니다.

김 위원장=2020년 12월 10일자 A3면 ‘정치-경제-사회 틀 바꿀 핵심법안 15건 몰아친 與’ 기사는 공수처법, 경제3법, 5·18특별법 등이 여권과 시민단체 숙원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이 법들이 가지는 의미를 소개했습니다. 이는 왜 여당이 이 법들을 졸속으로라도 빨리 처리해야 했는지를 설명한 것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다만 개혁을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도 생략할 수 있는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내용을 보충해서 더 비중 있게 보도했으면 좋았을 것으로 봅니다.

류 위원=180여 석의 여당이 입법독주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과반수 의결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에 대해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대담 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2020년 12월 25일자 1면 ‘“대북전단금지법 입법땐 위헌 논란 휩싸일수도” 통일硏, 6월 이미 지적’ 기사처럼 국내외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유와 상황에 대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정리해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1월 5일자 A6면 ‘中企-소상공인 “중대재해법은 사업 접으라는 얘기”’ 기사는 근로자와 사업주 간의 핵심 쟁점은 물론이고 정부의 입법 문제점을 잘 정리해 보도한 점이 좋았습니다.

이은경 위원=입법독주에 대한 문제점 지적 이외에, ‘법률안 발의 폭주’부터 ‘거대여당 단독처리’까지 걸핏하면 벌어지는 입법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제언성 보도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국민들의 사고도, 행동도 쉽게 바꿔버리기 때문에 무분별한 법률 제정은 나라의 미래를 생각할 때 매우 큰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해외 사례를 찾기도 힘들 정도로 ‘의원발의 법률안’이 폭발적으로 많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입법독주’를 각국의 입법과정과 비교해 짚어보고, 국회의 입법독주를 막는 방안에 대한 기획 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전에 기존 법과의 정합성, 사회적 파장 등을 검토하고 사후엔 국민 의견을 수렴한 입법영향평가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이슈화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이준웅 위원=2020년 12월 10일자 A3면 ‘반대토론 30초 만에 ‘종결’시킨 윤호중…“국회법 따른 것” 강변’ 기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보고, 반대토론, 비용추계서 첨부 등 국회법이 명시한 절차적 과정을 지키지 못한 부분을 잘 지적했습니다. 역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무리하게 입법 강행에 의존하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따져보고, 입법 과정 자체에 대한 개혁은 필요 없는지를 검토하는 후속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 위원=2020년 정기국회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와 여야 협의 실종에 대한 비판적 지적을 담은 보도와 기획기사가 돋보였습니다. 2020년 12월 9일자 A3면 ‘기습상정→토론무시→기립투표…與, 공수처법 7분 45초만에 통과’ 기사는 7분 45초를 상징적으로 내세워서 여당의 폭주를 실감나게 전했습니다. 하지만 야당의 입장에 대한 보도가 부족한 것은 아쉬웠는데 입법 과정에서 야당의 전략 결핍이라는 한계 등도 함께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성 위원=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경제3법과 관련해서 대부분의 기사들이 경제3법이라고만 보도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경제3법은 개별 법률과 구체적인 사항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보다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왜 찬성과 반대로 갈리는지를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분석해주면 좋을 듯합니다. 이런 점에서 1월 13일자 A1면 ‘내몰리고 내쫓는 ‘도미노 전세난’’ 기사는 중요한 내용을 현실감 있게 보도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전월세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 악화가 실거주 의무 강화와 임대차법 등의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매우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최 위원=1월 13일자 A1면 ‘‘코로나 집콕’에…작년 층간소음 민원 2배로 늘어’ 기사는 코로나로 실내 활동이 늘어나며 층간소음이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층간소음 민원이 2배로 급증한 현상에 주목한 생활밀착형 기사로 돋보였습니다. 이 문제는 더 확대될 우려가 있으므로 공동주택 주거문화에 대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에 대해서도 앞으로 상세하게 다뤄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리=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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