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쉰 사람, 文정부 3년새 제주도민만큼 늘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중학생 자녀 둘을 둔 아빠다. 23년간 같은 자리에서 PC방을 했는데 작년에 코로나 사태로 하루 매출이 1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임대료, 관리비 등 한 달에 나가는 유지비만 600만원이 넘다 보니 빚을 내 하루하루를 살았다. 1년 새 빚이 1억원을 넘었다.
이씨는 알바라도 해야 되겠다 싶어 인력 사무소를 찾았다. 공사장에서 나무 말뚝을 박는 막일을 해 하루 15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람들이 몰리며 보름 만에 그만뒀다. 식당이나 편의점은 알바 자리 자체가 씨가 말랐다. 이씨는 “투잡을 하지 않으면 생계비를 벌 수 없는데 그런 일자리조차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투잡족' 4년 만에 감소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로 ‘투잡’ 시장까지 꽁꽁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팍팍한 살림에 한 푼이라도 보태기 위해 낮엔 직장, 밤엔 대리운전 식으로 투잡을 뛴 사람이 많았는데 그 ‘알바’ 자리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국민의힘) 의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된 일 외에 다른 일을 추가로 한 사람(부업자)은 2016년 40만9000명, 2017년 41만9000명, 2018년 43만3000명, 2019년 47만3000명 등으로 증가해오다 2020년엔 44만7000명으로 줄었다.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본업이 전기가스업(-29.7%), 금융보험업(-19.4%), 사업시설관리업(-18.4%), 정보통신업(-18.2%)에 속한 사람들이 투잡 시장에서 줄었다. 반면에 가구 내 고용(41.5%), 공공 행정(25.6%), 농업(5.1%) 등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투잡족으로 많이 뛰어들었다. 가구 내 고용은 가사·육아 도우미, 개인 지도·과외, 학습지 교사 등을 말한다.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가 위태로워지자 부업을 많이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공공 행정이 늘어난 것은 정부가 세금으로 노인 일자리 등 공공 일자리를 만든 영향이 크다. 알바 수준의 일자리라 추가로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3조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세금 일자리 94만5000개를 만들었다.
◇3년간 그냥 쉰 인구 제주도 인구만큼 증가
일자리가 워낙 없다 보니 일할 의욕을 잃고 그냥 쉰 사람은 2019년 209만2000명에서 지난해 237만4000명으로 급증했다.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그냥 쉰 사람은 2017년 173만6000명에서 2018년 185만5000명, 2019년 209만2000명, 2020년 237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3년간 64만명 늘어난 것이다. 제주도 전체 인구(67만명)와 비슷한 규모다.
그냥 쉰 사람은 진학이나 취업 준비도 하지 않고 이유 없이 무직으로 지내는 사람을 말한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통계상 실업자로는 잡히지 않지만 일할 의욕을 잃고 구직 자체를 포기한 사람이 늘고 있다는 얘기라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 3%대였던 전체 인구 대비 쉬었음 인구 비율은 2017년 4%를 넘었고 이후 3년 만에 5%를 돌파했다. 100명 중 5명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그냥 쉬는 나라가 된 것이다.
쉬었음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층은 15~29세 청년층(50%)과 40대(46%)였고, 학력별로는 전문대졸(76%)과 대졸(46%)이 가장 많았다.
늘어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도 문제다. 쉬었음 인구의 증가 속도를 나타내는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6년엔 2.1%였는데 2017년엔 6.6%, 2018년엔 6.9%, 2019년엔 12.8%, 2020년엔 13.5%로 뛰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2020년과 사태 전인 2019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추경호 의원은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 정책 실패의 영향으로 고용 상황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잡지 않으면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고용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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