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134] '았'이 왜 거기서 나와

양해원 대표 입력 2021. 1. 22. 03:01 수정 2021. 1. 2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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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에 이어지는 하모니카 반주(伴奏). 기백 번 들었건만 노래 끝나도록 가수 이름이 안 떠오른다. 분명 ‘조’씨인데, 조지 오웰? 조지 클루니? 이런 뚱딴지 같으니. 기억 들쑤시다 끝내 제목 검색으로 알아내야 했다. 빌리 조엘. ‘조’가 이름자 아닌 성(姓)에 있어 헤맬밖에. 앞뒤 바뀌어 꼬인 모습, 말글살이에서도 본다.

“이 사건을 원도 끝도 없이 수사했지 않습니까.” 어느 장관이 국정감사 때 했다는 이 말, 어디가 꼬였을까. ‘수사했지’의 ‘았’ 위치다. 이 문장 같은 ‘본용언(수사하다)+보조용언(않다)’ 형식에서 시제의 선어말어미(先語末語尾)는 뒷말에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즉 ‘수사하지 않았습니까’가 어법에 맞는다. ‘예보한 폭설은 내렸지 않고’가 아니라 ‘내리지 않았고’처럼.

이런 엉터리 한국어가 영향력 큰 활자 매체에 실제 오르내린다. ‘명령이 확인됐지 않나’(→확인되지 않았나) ‘청탁을 주고받았지 않은가’(→주고받지 않았는가)…. 이렇듯 주로 의문형에서 나타나는 까닭이 뭘까. ‘줄었지 않다(→줄지 않았다)’ ‘어렵겠지 않네(→어렵지 않겠네)’ ‘갔지 않으면(→가지 않았으면)’같이 다른 형(形)에서는 틀리는 표현임을 쉬 알 수 있기 때문일 듯하다.

요즘 젊은 층이 이런 말 흔히 한다. “경치가 좋았어서 (또 갔다).”(1) “걸어가면 늦겠어서 (택시 탔다).”(2) 1의 ‘았’은 어미 ‘어서’와 어울릴 수 없다. ‘또 갔다’를 생략하든 말든 ‘좋았어서’의 ‘았’은 빼야 한다. 2의 ‘겠’도 ‘어서’에 붙을 수 없다. 이때는 ‘늦겠기에’ ‘늦을까 봐’ 하면 된다.

알쏭달쏭한 현상도 있다. ‘일이 힘들었잖아’ ‘결국 이겼잖아’…. ‘~지 않아’를 줄인 형태 ‘잖아’에 ‘었(았)’이 붙으면 유독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힘들었지 않아’ ‘이겼지 않아’처럼 풀어 쓰면 도로 어색해진다. ‘힘들지 않았어’ ‘이기지 않았어’가 맞는 말이니까. 잔뜩 꼬인 우리말, 골치 아프다. 노래나 들읍시다 ‘피아노 맨'. /글지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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