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음식혁명의 열매, 배달노동자와 나눠야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입력 2021. 1.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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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천혜향·황금향·레드향.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올겨울 내가 즐기고 있는 귤의 이름들이다. 지난주부터는 레드향을 먹고 있다. 레드향은 껍질이 얇고 과육 알갱이가 톡톡 씹혀 색다른 상큼함이 느껴진다. 우리가 귤하면 떠올리는 온주밀감도 매주 주문해 먹고 있다.

지난 20일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첫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 전염병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그래도 어떻게든 견디고 있는 것은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레드향 같은 음식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어서였다. 누군가 전염병의 위험을 무릅쓰고 내 집 앞까지 생필품과 음식을 전해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음식 배달 서비스가 요긴했다.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때문이다. 처음에는 끼니를 때울 요량으로 찌개나 면을 시켜 먹다가, 요령이 생기면서 유명 맛집의 음식을 주문하게 됐다. 최근에는 매운 쌀떡볶이를 하는 분식집과 하가우가 맛있는 딤섬집을 배달로 애용하고 있다. 코로나 전에 내가 무시로 드나들던 집이다. 이런 배달 음식은 귀양살이와 비슷한 팬데믹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렇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나는 이 음식에 기대어 코로나의 피로를 잊는데 나에게 이를 전해준 플랫폼노동자의 삶은 피로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알고리즘 배차, 배달시간 제한, 평점 제도 등으로 늘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다. 지난해에만 택배노동자 16명이 과로사했다. 하지만 이들은 산재나 고용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인 탓이다. ‘사고 날 때만 사장님’인 플랫폼노동자는 급증 추세다. 지난해 정부 추산 179만명으로 2018년(55만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자료를 보면, 플랫폼 배달 종사자의 산재 가입 비율은 0.4%에 불과하다.

코로나가 음식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음식의 가치사슬이 오프라인에서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식당의 정의부터 다시 써야 하는 혁명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플랫폼사업자가 정보통신기술로 고객 니즈에 아무리 빠르게 반응한다고 해도 음식을 소비자에게 전해주는 것은 플랫폼노동자다. 인공지능·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당분간 이를 대체할 수는 없다. 역설적으로 음식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사람’인 셈이다.

산업적 가치를 떠나 상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누구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남의 눈물과 한숨이 깃든 음식을 먹기를 원하지 않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는 이런 성향이 더 뚜렷하다. 그들은 가격뿐 아니라 기업의 가치와 생산 과정의 공정함을 고려해 소비한다. 코로나 때문에 그들의 평가 기준은 더 깐깐해졌을 것이다.

음식 및 식품 배달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가 위축됐던 지난해에도 폭풍 성장했다. 코로나가 끝난 뒤에도 가장 유망한 비즈니스로 꼽힌다. 택배노동자를 인간적으로 대우하는 기업에 이 음식 혁명의 더 많은 열매가 돌아갈 것은 분명하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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