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신토불이'인 이유
[경향신문]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사상 처음으로 인구 데드크로스(자연감소)가 나타났다. 시·군·구 226곳 중 166곳의 인구가 줄고 60곳만 늘었다고 한다. ‘지방 소멸’이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님을 말해준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시작을 1991년이라고 본다면, 30년이 지났음에도 지방이 발전하기는커녕 소멸 위기를 맞고 있으니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며칠 전 전남 보성농협을 방문해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시설을 둘러보았다. 논에 벼를 재배하면서 전기를 생산함으로써 식량 생산과 소득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현장이었다. 보성농협 조합장은 태양광 발전 사업을 설명하고 나서 대뜸 “신토불이 운동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토불이(身土不二)’ 개념은 지방자치제도 실시 시기와 비슷한 1990년대 초반부터 널리 확산했으며 지금은 한물간 구호이다. 그런데 지방의 농협 조합장이 “신토불이 식생활만이 지방을 살리는 길”이라 강조한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에서 시작된 신토불이는 자연스럽게 수입 농산물 생산지로부터의 거리를 나타내는 ‘푸드 마일리지’로 이어졌고, 환경보호와 식량안보, 지방 소멸 등을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이야기의 끝은 농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토불이 식생활이 필요하다는 데에 이르렀다. 신토불이가 지방 소멸을 막는 대책으로 제시된 셈이다.
혼인 감소와 출산율 저하로 인구가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다지만, 농산어촌의 공동화는 이미 참혹한 수준이다. 인구의 절반, 특히 젊은이 대다수가 수도권에서 복닥거리고 있어 나머지 지역은 활기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니 몇 해 전부터 은퇴 시기에 돌입한 베이비부머들을 농촌으로 유입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다. 베이비부머는 농촌 출신이 적지 않고, 지식과 생산력·소비력을 갖췄으며, 아직은 젊다고 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귀중한 자산이다. 신토불이에 더해 베이비부머의 귀촌이 이뤄진다면 지방 소멸이라는 발등의 불은 모면할 수 있지 않을까.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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