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들의 천국' 알리익스프레스

이상엽 입력 2021. 1. 22. 02:36 수정 2021. 3. 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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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인 사진 정보 사이트인 '페타픽셀'에 논쟁적인 리뷰가 하나 올라왔다.

'369달러의 티티아티잔 대 4395달러의 라이카 마운트 50㎜ 렌즈 비교'라는 글이다.

중국제 티티아티잔의 50㎜ 렌즈와 독일제 라이카의 주미룩스를 비교했다.

라이카와 경쟁하는 티티아티잔도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렌즈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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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 수동인 라이카 M 렌즈를 자동초점으로 만들어주는 중국산 어댑터.

최근 세계적인 사진 정보 사이트인 ‘페타픽셀’에 논쟁적인 리뷰가 하나 올라왔다. ‘369달러의 티티아티잔 대 4395달러의 라이카 마운트 50㎜ 렌즈 비교’라는 글이다. 중국제 티티아티잔의 50㎜ 렌즈와 독일제 라이카의 주미룩스를 비교했다.

리뷰의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격만 놓고 보면 라이카의 12분의 1에 불과한 티티아티잔 렌즈가 “가격에 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는 것이다. 댓글에서 라이카 사용자들은 매우 불쾌해한다. ‘감히 라이카를 중국제와 비교해?’

하지만 라이카 사용자 중에서도 쾌재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지난 100년간 별다른 혁신 없이 비현실적인 고가 정책을 유지해온 라이카를 비판한다. 대체로 동일 초점거리 렌즈에서 라이카의 가격은 중국산의 10배, 한국산의 7배, 일본산의 5배에 이른다. 물론 라이카의 마무리나 재질을 보면 ‘비싼 것이 당연하다’는 환상과 믿음을 품게 되기도 한다.

이런 고정관념이 글로벌 차원의 유통 혁신에 따라 파괴되고 있다. 요즘 ‘알리익스프레스’라는 해외 직거래 전용 플랫폼이 사진가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알리바바’의 자매 사이트다. 중국에 있는 공장들 가운데 거의 전부가 이 사이트에서 물건을 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글로벌 유명 업체들이 중국 내 공장에서 제조한 뒤 자사 브랜드를 붙여 파는 OEM(주문자위탁생산) 상품들의 디자인과 품질이 특히 뛰어나다. 가격은? 말도 안 되게 싸다. 라이카와 경쟁하는 티티아티잔도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렌즈를 판다.

중국이 접수한 카메라 시장

알리익스프레스에는 아직 대표적인 카메라 메이커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팔리고 있는 카메라 관련 물품은 수만 종에 이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판매되어온 다른 나라 유명 카메라 제품의 액세서리들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거래된다. 지금 구하려면 큰돈이 필요한 철지난 희귀 부품도 그곳에 가면 단돈 몇천 원에 복각되어 팔리고 있다. 산업저작권이 만료된 합법적 복각뿐 아니라 기존 메이커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 상품도 속출한다. 수동으로 초점을 맞춰야 하는 라이카 M 렌즈를 AF(자동초점  기능)로 만들어주는 어댑터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이런 ‘사진인들의 천국’이 긍정적으로만 작동하면 좋겠지만 반대편에서는 의존도 심화가 문제다.

한국의 카메라 산업은 지난 100여 년 동안 변변한 브랜드 하나 탄생시키지 못하고 일본에 의존해왔다. 삼양이나 마킨스처럼 렌즈 및 액세서리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가끔 출현했지만, 실상 국내 카메라 산업의 99%는 수입에 의존한다. 게다가 희토류처럼 렌즈 제작에 꼭 필요한 자재를 전략화하는 중국의 정책은 나머지 1%의 명줄마저 위태롭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아시아의 평화가 사진인들의 취미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중·일, 친하게 지내자.

이상엽 (사진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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