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와 교정시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인회 2021. 1. 22.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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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 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용자가 사회 구성원의 일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수용자 수와 교정시설 규모도 줄여야 한다.
ⓒ연합뉴스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다. 다른 교정시설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충격이다. 교정시설에서 수용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전적으로 국가 책임이다. 교정시설 감염은 수용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 수용자들은 질병에 관한 한 공동운명체다. 그리고 직원, 출소자, 재소자 가족 등을 통하여 곧바로 사회로 퍼진다. 수용자들과 사회인도 공동운명체다. 바이러스에게는 담장이 의미 없다. 당장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송, 독방 수용, 격리, 치료 등의 조치가 시급하지만 이것은 대증요법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려면 수용자와 교정시설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인식의 전환은 세 단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수용자는 사회 구성원의 일부라는 점, 교정시설은 사회공동체의 일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수용자는 수사와 재판을 받는 자, 또는 재판을 받아 형집행 중인 자 가운데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이다. 범죄를 저질렀거나,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괴물도, 좀비도, 더러운 자도 아니다. 비록 범죄를 저질렀지만 존엄성을 갖춘 사람이다. 인간의 존엄성에는 차별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존엄성과 약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들은 형집행이 끝나거나 구속영장이 실효되면 다시 사회로 복귀한다. 사형제가 사실상 폐지된 지금, 수용자들의 사회복귀를 막을 방법은 없다. 사회복귀를 막는다면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게 된다. 수용자들은 일상적으로도 교정 직원, 출소자, 가족을 통하여 사회와 소통한다. 사회 구성원의 일부이므로 이들에 대한 대우는 일반 시민에 대한 대우와 같아야 한다. 질병에 관해서는 더욱더 그렇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교정시설의 HIV/AIDS 바이러스 예방을 강조한다. 이 질병이 곧바로 사회를 감염시키기 때문이다. 수용자와 시민은 같은 공동체를 이루고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

둘째, 형사정책에서 수용자 수를 줄이는 정책을 펴야 한다. 2019년 일일평균 수용 인원은 5만4624명이다. 수용시설 정원은 4만7990명이다. 2008년 일일평균 수용 인원은 4만6684명이었다. 수용시설 정원은 4만3100명으로 여전히 초과수용이었지만, 당시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수용시설 정원은 4890명 늘었지만 수용 인원은 7940명 늘었다. 수용시설 증가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른 것이다. 왜 수용 인원이 계속 증가했는가? 2008년이 지금보다 훨씬 안전했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8년 전체 범죄 건수는 218만9452건이었고, 2019년은 176만7684건이다. 범죄는 줄었지만 수용자는 늘었다. 이것은 형사정책의 문제다. 형사정책에서 엄벌주의·구속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재검토해야 한다. 형사정책이 잘못되면 아무리 많은 교정시설을 지어도 초과수용을 피할 수 없다.

법무부는 정책 마련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조직해야

셋째, 교정 행정에서 교정시설 규모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동부구치소 사태는 대규모 집단 교정시설이 낳은 비극이다. 교정시설은 수용자들이 사회에 복귀하기 위하여 준비하는 곳이다. 적은 수용 인원과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국제인권법에서는 500명 규모의 교정시설을 권고한다. 500명을 넘으면 교정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부구치소는 수용 정원은 2070명이지만 2413명이 수용되어 있었다. 부지(4만1647㎡)는 규모에 비해서 턱없이 작다. 정원은 인권법 기준 4배나 많고 343명이 초과수용되어 있었다. 이런 아파트형 밀집구조라면 개별 처우나 교정은 불가능하다. 교정 당국은 사고 방지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만일 감염병이 발생하면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그 결과를 지금 보고 있다.

수용자에 대한 인식, 형사정책, 교정 행정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일은 현장 실무자와 전문가, 시민단체의 몫이다. 당장의 조치와 함께 인식의 전환 및 구체적인 정책 마련을 위해 라운드테이블을 조직해야 한다. 그 중심은 교정시설 책임 당국인 법무부다.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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