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노동자 앞세운 美통상수장..'新 통상 쓰나미' 넘을 방안은?

김상윤 2021. 1.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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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캐서린의 新무역장벽
USMCA 기초한 환경·노동 기준 강화
탄소조정세, 철강232조 조치 등 주목
미중갈등 여전..동맹국 연합 통한 견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을 마친 후 백악관 북쪽 입구인 ‘노스 포르티코’에 도착하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바이든 대통령의 비전은 노동자 중심의 무역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내정자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수출업체들을 대변하는 전미 대외무역위원회(NFTC)에 보낸 영상 연설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미국 무역정책은 일반적인 미국인, 지역사회, 노동자들에게 수혜가 돼야 한다”면서 “미국인은 단지 소비자가 아니라 노동자이면서 임금 근로자다”며 무역정책의 주요 원칙을 분명히 했다.

향후 바이든 행정부 무역정책의 모델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될 전망이다. 타이 내정자가 하원 세입위원회 수석 무역 고문을 맡으면서 깊숙이 관여했던 협정이다.

이 협정에는 교역 상대국에 환경기준과 노동권 보호의무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타이 내정자는 “USMCA에 일반 근로자들이 경험하는 오랜 고충을 해결하는 이행 메커니즘을 포함하는 등 획기적인 노동과 환경 조항을 포함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는 나라를 중심으로 노동과 환경문제를 압박하겠다는 말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트럼프식 통상 갑질 철강 232조 해소되나

21일 복수의 통상당국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바이든시대 통상정책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철강 △미중갈등 △환경△ 디지털 4개 분야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철강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활용한 무역확장법(232조) 조치 해소여부가 관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가 안보 위협을 근거로 상대국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통상정책으로 232조를 활용했다. 미국은 2018년 3월 전세계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국은 232조 대상국에서 제외됐지만, 수출 쿼터제가 적용되면서 미국 수출길이 대폭 좁아진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232조치는 유럽에서 크게 반발하는 조치로, 바이든 정부가 어떤 식으로 해소할지가 관건”이라며 “양 대륙간 싸움에서 한국이 수혜를 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도 232조 조치를 쉽게 철폐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경제안보는 국가안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232조 조치에 기반한 새로운 조사를 시작하지는 않더라도 미국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관세 부과 정책은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세전쟁으로 시작해 첨단기술 패권 경쟁으로 확전한 미중 무역갈등 역시 쉽게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5G 이동통신 서비스 등 첨단기술 분야 미래 먹거리를 놓고 양국간 패권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 강제적 기술이전 등 무역관행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미국은 직접적인 대중 제재 방식보다는 동맹국 연합을 통한 간접적인 견제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최대 무역상대국인 한국으로서는 일방적으로 미국 편에 서기 어렵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율 관세 부과보다는 기존 동맹국과 공조체계 복원, WTO회원국과 연대 강화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오는 6월 영국에서 한국, 호주, 인도를 포함한 G7정상회의에서 디지털, 첨단산업 보안을 위한 동맹체 발전과 관련한 논의가 예정돼 있다”면서 “대 중국 봉쇄와 관련한 다자간 연대 논의가 이뤄질 경우 한국이 적절한 포지션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탄소조정제 도입..위기이자 기회

환경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공약으로 2025년까지 ‘탄소조정세(carbon adjustment tax)’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환경 의무를 준수하지 못하는 국가들의 수입품에 대해서 관세부과 또는 쿼터제한 등 무역조치가 예상된다. 탄소 배출량 1위 국가인 중국뿐 아니라 친환경 정책 이행이 더딘 개발도상국에 대한 차별적 무역장벽이 세워질 가능성이 크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한국으로서는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50년 탄소중립(배출량과 흡수량을 상계해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을 선언했다.

우리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과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건은 속도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충분한 환경 관련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환경문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이젠 변수가 아닌 상수”라면서 “미국 기업과 협력모델을 어떤 방식으로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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