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유럽 시스템 도입..전북 유소년서 가장 많은 K리거 나올 것"
선발·육성·스카우트·훈련 등
구단에 전방위 조언 역할 맡아
[경향신문]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낳은 최고 스타가 K리그 최고의 팀으로 왔다. 전북 현대에서 행정가로 출발하는 박지성(40)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겠다는 포부로 첫발을 내딛었다. 박지성이 밝힌 첫 번째 목표는 유소년 육성이다.
박지성은 21일 고양 현대모터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K리그 최고 구단에 합류해 영광이다. 은퇴 후 축구 행정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는데, 그것을 K리그에서 시작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전북과 함께할 일들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지성이 전북에서 받은 공식 직함은 ‘클럽 어드바이저’다. 전북은 오랜 기간 선진 유럽 축구 시스템을 경험한 박지성이 구단에 많은 조언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박지성은 프로 선수와 유소년 선수 선발은 물론 육성, 스카우트, 훈련 시스템 등과 관련해 전북에 전방위로 조언하는 역할을 맡는다. 박지성은 “구단에서도 많은 부분에서 경험을 공유해주길 바라고 있다. 나 역시 거기에 대해 거부감이 전혀 없다. 내 모든 것을 구단과 공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지성이 선뜻 전북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아니다. 영국에서 거주 중인 박지성은 현재 지도자 과정도 그곳에서 병행하고 있어 한국을 드나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에 제한이 걸린 것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이유였다.
그런 박지성을 설득한 것은 다름 아닌 김상식 전북 감독이었다. 박지성은 “지난해 12월이었다. 감독님이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었는데, 이후 한국에 들어와 자가격리를 할 때 다시 연락이 와 제안을 했다”며 “처음에는 한국에서 상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거절했다. 하지만 꼭 상주를 안 해도 되고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활성화됐으니 그렇게라도 내 경험을 공유해줬으면 한다고 설득했다. 날 정말 원한다는 마음이 들어 수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맨유 앰배서더직 물러나 ‘올인’
이상과 현실 조화, 한국식 창조
전북 축구철학 맞춘 발전 약속
이왕 시작한 만큼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 박지성의 각오다. 그래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앰배서더에서도 물러나며 전북에 올인하기로 했다.
박지성은 “전북에서 일하게 된 만큼 맨유의 앰배서더를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전북하고만 일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성이 전북에서 관심을 쏟을 곳은 바로 유소년 육성이다. 유럽, 남미 등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꼽히는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유소년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국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유소년 육성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지만, 아직 미비한 부분이 많다.
박지성은 “내가 우선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선수 육성법을 찾는 것이다. 유소년 대회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도 그것이 프로 무대에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적에 관계없이 얼마나 많은 선수를 1군에 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전북의 유소년 클럽이 가장 많은 K리그 선수를 배출할 수 있는 클럽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현실의 벽을 만날 수도 있다. 박지성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유럽의 좋은 시스템들과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현실 안에서 얼마나 좋은 것들을 가져와 한국만의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느냐가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를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한데, 전북은 K리그에서 예산이 가장 많은 팀이다. 이제는 전북이 시도하면 다른 팀들이 따라가는 구조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박지성은 전북의 축구 철학에 맞춰 움직이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박지성은 “축구팀은 그 지역에서 나름대로의 철학과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내 철학은 중요하지 않다. 전북의 철학에 맞춰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양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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