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빈국 백신 불평등, 글로벌 경제 회복 발목 잡나

정원식 기자 2021. 1. 2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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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 격차로 억지력 약화
백신 없는 지역 확산 지속
새로운 변종 위험성 커져
성장 대신 경제 손실 우려

[경향신문]

백신 보관용 초저온 냉동고 검수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한 달여 앞둔 21일 경기 동두천시 일신바이오베이스에서 직원이 백신 보관용 초저온 냉동고를 검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사이의 코로나19 백신 불평등이 보건 위기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회복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백신 보급이 경제회복의 ‘만능키’로 기대 받아왔지만, 실제로는 국가 간 보급 격차 및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억지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1일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등을 종합하면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최빈국은 거의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불완전한 임상시험 데이터 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및 러시아산 백신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최근 WHO 이사회에서 “최소 49개의 부유한 국가들은 지금까지 백신 3900만회분을 접종했지만 저소득 국가는 1개국에 단 25회분만 받았다”고 말했다.

WHO는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퍼실리티’가 차질을 빚을 경우 가난한 국가들은 2024년까지도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못할 것으로 추산했다.

백신을 많이 확보한 부유한 국가들도 백신 불평등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백신이 보급되지 않은 국가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해 다른 국가로 퍼질 경우 바이러스 억지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의 보건정책 자문인 애나 매리엇은 블룸버그에 “바이러스가 백신이 없는 지역에서 확산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치명적이고 전파력이 높은 새로운 변종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최빈국들이 백신을 얻지 못할 경우 전 세계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한 해 1530억달러(168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연합(EU)은 연간 400억달러, 미국은 연간 160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부유한 국가들의 백신 독점은 백신 접종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리라는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세계은행(WB)은 지난 6일 ‘세계 경제전망’ 최종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잡았다. 이는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다. 세계은행은 감염 확산이 지속되거나 백신 공급이 지연될 경우 성장률이 1.6%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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