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 '개발 호재' 인식..역효과 난 '주택공급확대' 공언
[경향신문]
풍부한 유동성 바탕 투기 수요 여전…단기 집값 안정 효과 한계
공급 대상 불명확…규제완화 공약 보선까지 맞물려 상승 부추겨
지난 한 주간 수도권 아파트값이 0.31% 올라 주간상승폭 신기록을 작성했다. 규제지역 지정 확대 후 잠시 주춤했던 전국 아파트값마저 다시 상승폭이 커졌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설 연휴 전 특단의 공급”을 예고했지만 되레 집값은 더 오르는 추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의 공급확대 방침이 시장에는 ‘개발 호재’로 인식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2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셋째주(18일 기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지난주 대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9% 올랐다. 5주 만에 다시 ‘역대 최고’였던 12월 둘째주(0.29%) 수준을 회복했다. 수도권은 0.31% 올라 2012년 5월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은 0.09% 올라 지난주(0.07%)보다 상승폭이 커지며 지난해 ‘7·10대책’ 시점으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확대’ 공언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 중이다. 공급확대의 ‘근거’부터 분석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 폭등 원인으로 세대수 증가를 꼽았는데, 증가한 세대의 93%가 1인 가구라 사실상 집값 상승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정준호 강원대학교 교수는 “지난해부터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건 유례없이 풍부한 유동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투기적 수요”라며 “현재 언급되는 공급대책도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목표 자체가 불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 투기적 수요가 만연할 때 ‘공급확대’는 단기의 집값 안정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동성이 넘쳐나는 한 투기·투자 수요는 유지돼 집값을 더욱 올릴 수밖에 없으며, 이를 뛰어 넘는 수준의 공급물량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대책이 나와도 실제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린다는 한계도 있다.
시장에서는 공급확대를 개발 호재 내지는 규제완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정부가 공급물량을 맞추려면 민간 재건축 규제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강남3구의 재건축 단지들이 다시 몸값을 키우고 있다. 지난주 송파구(0.18%)는 잠실동 재건축이, 강남구(0.11%)는 압구정동 재건축이, 서초구(0.10%)는 반포동 재건축이 각각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권 말기에 대규모 공급을 속도전처럼 추진하는 상황에서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보궐선거까지 맞물렸다”며 “목적이 어찌됐든 시장에 ‘개발 호재’라는 신호를 주기 쉽다”고 말했다.
대규모 정비사업에 따른 난개발이나 세입자 주거 문제 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 교수는 “역세권 고밀개발의 경우 교통과 일조권 등에 대한 고민 없이 추진되면 훗날 거주자들 사이 갈등을 유발하거나, 주거기능과 상업기능이 뒤섞이는 등 도시계획을 망쳐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주택 관련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의 경우 공공주도 및 이익환수라는 취지는 좋지만 개발로 인해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한 지역이 서울에서 사라지는 결과가 나타나 세입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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