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금광 폭발, 600m 지하서 쪽지가 올라왔다 “우리 살아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입력 2021. 1. 21. 21:59 수정 2023. 12. 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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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산둥성 금광 폭발사고 12일째… 광부 22명 매몰… 11명 생존 확인

“칠레의 기적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까.”

지난 10일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시 한 금광에서 폭발로 인한 매몰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발생 12일째인 21일 현재 당시 지하 갱도에 있던 광부 22명 중 소재와 생사가 확인된 사람은 12명(1명은 사망)이다. 이들은 지하 600m 갱도에 갇힌 채 차오르는 물, 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름 20~71㎝ 파이프 10개를 갱도까지 뚫으며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인들은 2010년 지하 700m에 매몰된 광부 33명을 69일 만에 구출했던 칠레의 기적이 중국에서도 일어나길 기도하고 있다.

사고는 일요일인 지난 10일 오후 2시 옌타이시 관할인 치샤(棲霞)시 후산(笏山)의 우차이룽(五彩龍) 금광에서 일어났다. 지하 246m 지점 갱도에서 폭발이 발생했고 광산 입구로 가는 통로가 막혔다. 폭발 지점보다 300여m 더 아래 위치한 갱도 2곳에서 일하던 광부 22명이 고립됐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 한 금광에서 폭발로 인한 매몰 사고가 발생한 지 4일째인 지난 13일(현지 시각) 구조대원들이 구조용 가방을 메고 줄지어 구조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 매몰 사고로 광부 22명이 600m 깊이 지하 갱도에 갇혔고 21일 현재 살아남은 11명의 광부가 지하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당국은 지름 20~71㎝ 파이프 10개를 갱도까지 뚫으며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AFP연합뉴스

본격적 구조 작업은 만 하루가 지나서야 시작됐다. 광산업체가 자체 구조를 하겠다며 사고 발생 30시간이 지나서야 당국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산둥성 1인자인 당서기와 2인자인 성장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최한 고위 간부 사상 교육에 참석하고 있었고, 12일에야 현장 지휘에 나섰다.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치며 꺼져가던 희망은 17일 다시 살아났다. 이날 오후 2시 구조 당국이 지하로 연결한 파이프 가운데 ‘3호 파이프’가 지하 586m 지점의 ‘5구역’에 도착했다. 지상에서 파이프를 두드려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지 10분 만에 아래쪽에서 파이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구조대는 철사줄에 약품, 손전등, 종이와 펜을 달아 지름 22㎝ 파이프를 통해 지하로 내려 보냈다. 철사줄을 당기자 수첩 크기 메모 용지 2장이 따라 올라왔다.

‘22명이 내려왔고 그중 5구역에 11명, 6구역에 1명이 있었다. 나머지 10명 상황은 불명확하다. 현재 사람들의 체력 소진이 심각하다. 감기약, 진통제, 의료용 반창고, 소염제가 긴급히 필요하다. 3명은 고혈압이 있다. 혈압약이 필요하다. 내 차에 두 종류 약이 있으니 아래로 보내달라. 아래쪽에 공기가 잘 안 통하고 폭발 연기가 심하다. 물도 많이 찼다. 구조를 멈추지 말아달라.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고맙다.’

중국 산둥성 금광매몰 사고 현장

구조 작업은 이때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파이프를 통해 전화를 가설하고 영양액, 보온 담요, 온도계, 물티슈가 전달됐다. 19일에는 광부들이 “좁쌀죽과 절인 채소, 소시지가 먹고 싶다”고 해 좁쌀죽 13병이 땅속으로 내려갔다.

구조대는 음식 보급, 배수, 환기 등을 위해 총 10개의 파이프를 설치해왔으며 21일까지 3개가 갱도까지 닿았다. 20일 오후부터는 탈출 통로에 쓰일 지름 71㎝짜리 ’10호 파이프' 굴착 작업도 시작됐다. 중국 당국은 구체적 구조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 파이프를 통해 구조용 캡슐을 넣어 광부들을 구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과의 싸움에서 구조대와 광부들은 여전히 불리하다. 폭발로 생긴 각종 잔해가 지하 350~450m 사이 약 100m 구간을 막고 있고, 갱도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지하수 때문에 구조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펑파이 등 중국 매체가 21일 보도했다.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10명의 생존 가능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 동료들의 증언을 통해 지하 637m인 ‘6구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1명의 경우 지상과 직접 연락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5구역에 있던 11명 가운데 1명은 폭발 당시 부상으로 결국 숨진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일부 중국 매체는 현장을 생중계하며 2010년 칠레 광부 매몰 사고를 언급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2010년 8월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 산호세 광산에서 광부들이 지하 700m에 매몰됐던 사건이다. 당시도 사고 17일 만에 지상과 광부들 사이에 지름 12㎝ 파이프가 연결됐다. 구조대는 이 파이프를 통해 임시 변기, 책, 항우울제, 가족 편지와 함께 식량, 물을 공급했다. 미 우주항공국(NASA)까지 지원에 나선 끝에 광부들은 매몰 69일 만에 그해 10월 전원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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