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옮긴 학폭 '비대면 교육의 그늘'

이성희 기자 2021. 1. 2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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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으로 작년 학교폭력 피해 응답 0.9%로 3년 만에 최저
사이버폭력·집단따돌림은 되레 증가.."우울감, SNS로 분출"

[경향신문]

중학생 A양(15)은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모두 삭제했다. 6개월 전 한 친구와 다투면서 시작된 집단 사이버폭력 때문이다. 가해 학생들은 툭하면 A양을 단체 대화방으로 불러 욕설을 퍼부었다. 대화방을 나가도 또 불러댔다. 비공개 계정에서 자기들끼리 나눈 험담도 캡처해 보란 듯이 공유했다. 얼마 전에는 모르는 남학생들이 있는 대화방에서 A양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이후 A양의 SNS에는 음란사진과 ‘까불지 말라’ 등의 협박 메시지가 잇따랐다.

코로나19 사태로 등교수업이 줄면서 학교폭력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 확대로 인터넷 사용이 급증하면서 학교폭력이 SNS 등 온라인 세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교육부가 21일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률은 0.9%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10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17개 시·도교육청이 실시한 것으로, 학생 100명 중 1명가량이 학교폭력을 경험한 것이다. 2019년(1.6%)보다 0.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2017년(0.9%)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학교폭력은 초·중·고에서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학교급별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교 1.8%, 중학교 0.5%, 고등학교 0.2%였다. 2019년 4월 실시했던 직전 조사보다 초등학교 1.8%포인트, 중학교 0.3%포인트, 고등학교 0.2%포인트 각각 줄어든 수치다. 유형별로는 언어폭력(33.6%)이 가장 많았고, 이어 집단따돌림(26.0%), 사이버폭력(12.3%), 신체폭력(7.9%) 순서였다. 유형별 비중도 대부분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반면 사이버폭력은 증가했다. 2019년 전체 학교폭력 피해 중 8.9%를 차지했던 사이버폭력은 지난해 12.3%로 3.4%포인트나 늘었다. 집단따돌림도 23.2%에서 26.0%로 증가했다. 학교폭력 피해장소는 ‘학교 안’(64.2%)이 전년보다 5.3%포인트 줄어든 반면 ‘사이버공간’은 5.4%에서 9.2%로 늘었다. 학교폭력의 저연령화 경향도 뚜렷했다. 집단따돌림은 초등학교(26.8%)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언어폭력도 초등학교(34.7%)에서 빈발했다. 사이버폭력은 중학교(18.1%)에서 피해 비중이 가장 높았다.

교육계는 달라진 학교폭력 양상을 원격수업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원격수업 등 학생들의 생활공간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비대면 상황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사이버폭력과 SNS로 분출하는 것”이라며 “일찌감치 현장 교사들은 신체·정서적 억눌림과 무력감에 부딪힌 학생들이 그 반작용으로 과민반응, 폭언·폭력 가해로 이어질까 우려해왔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0’도 코로나19에 따른 휴교 기간의 사이버 학교폭력을 우려하며 “온라인 자료를 통해 무궁무진한 학습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사이버 괴롭힘, 온라인 성착취, 유해 콘텐츠 등 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교육부는 다음달 중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 강화를 위한 2021년 시행계획을 수립해 진행할 방침이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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