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들, 공법단체 설립 놓고 '내홍'
나눠진 설립위, 주도권 다툼
"5월정신 어디로 갔나" 눈총
[경향신문]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가 공익법인단체 설립을 두고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공법단체가 되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일 ‘5·18 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공포된 이후 일부 5·18단체에서 극심한 내홍이 빚어지고 있다. 설립 근거와 회원 자격, 지원 규정 등이 명시된 이 법에 따라 5·18단체는 공법단체로 새로 바뀐다.
공법단체가 되면 직접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과의 수의계약도 가능하다. 그동안 재향군인회와 상이군경회, 4·19혁명공로자회 등 14개 단체가 공법단체로 설립돼 운영됐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구속부상자회는 사단법인으로 운영됐다.
5·18유공자법이 19년 만에 개정돼 숙원인 공법단체를 설립할 수 있게 됐지만 5·18단체는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법은 기존 3개 단체는 해산하고 이들이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를 새로 설립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200여명의 5·18유공자들은 별도의 ‘공법단체설립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기존 3개 단체 주도의 공법단체 설립에 반대한다. 이 단체는 이달에만 3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설립준비위 설치 중단을 요구했다. 최근에는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의 21년 전 범죄 이력이 공개되고 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5·18구속부상자회는 의혹을 제기한 회원들을 2차례 경찰에 고소했다. 법은 3개월 내에 공법단체 설립을 마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 모든 절차는 중단된 상태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기한 내 설립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성숙하고 차분하게 진행되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한 5·18유공자는 “계엄군의 총칼 앞에서 함께했던 5월정신은 어디로 갔느냐”면서 “한심스럽다. 5·18단체가 이제 광주 시민들을 욕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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