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거 복사 수수료 '7분의 1'로 낮춘다
[경향신문]
‘패트 충돌’ 사건으로 쟁점화
법무부, 불합리 인정해 개정
법조계 일각 “수수료 불필요”
피고인이 재판을 위해 검찰이 확보한 증거영상을 복사하려면 돈을 얼마나 내야 할까.
국회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서도 이 비용 문제는 큰 쟁점이었다. 영상 전체를 복사하는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공동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박범계·김병욱·박주민 의원 등의 변호인단은 지난해 6월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복사 수수료 2500만원 상당을 저희에게 청구하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구시대적 규정 때문에 방어권 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만 예외로 적용해달라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방송사 등으로부터 확보한 증거영상 전체 용량은 약 3.78TB(테라바이트·약 396만3617MB)였다. 검찰의 증거영상 복사 수수료 규정은 ‘700MB(메가바이트)당 5000원’ ‘700MB 초과 시 350MB마다 2500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2638만5000원이 든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8월 이 규정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법무부는 검찰의 수수료 규정을 ‘법원 기준’으로 바꾸기로 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법무부는 법무부령 ‘사건기록 열람·등사의 방법 및 수수료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지난 19일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형사사건 특수매체기록 열람·등사 수수료 기준이 법원의 기준에 비해 과다하고, 형평에 반한다는 지적이 있어 ‘재판기록 열람·복사 규칙’의 수수료가 신청인에게 유리한 경우 우선해 적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특수매체기록이란 도면·사진·영상·전자파일 형태의 사건기록이다. 검찰의 복사 수수료는 행정안전부령인 정보공개법 시행규칙 제7조를 따른다.
‘700MB’ 기준은 정부의 정보를 전자파일 형태로 공개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법이 2004년 1월 개정되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일반적인 영상저장매체였던 CD 한 장의 용량이 700MB인 것을 고려했다. 법무부가 우선 적용하기로 한 대법원 규칙 ‘재판기록 열람·복사 규칙’의 수수료는 ‘1건(700MB 기준)당 500원’ ‘700MB 초과 시 350MB마다 300원’이다.
비용이 약 7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 법원의 이런 수수료 규정도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서채완 변호사는 “과거 CD에 파일을 복사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력도 필요해 수수료를 받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요즘은 변호인이 준비한 디스크에 파일을 쉽게 옮길 수 있어 별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특히 형사사건에서 방어권 보장에 필수적인 증거 확보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 자체가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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