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노동' 벗어났지만..모호한 주 60시간·임금 보전은 숙제로

고희진 기자 입력 2021. 1. 21. 21:20 수정 2021. 1. 2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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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 1차 합의안

[경향신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수석부의장(가운데)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합의문 발표식’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 관계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분류작업 사측 책임 명시…오후 9시 이후 심야배송 제한도
설비 자동화 추진…불가피하게 기사 투입 땐 대가 지급해야
“노동시간 제한, 건당 수수료 받는 노동자 ‘임금 감소’ 직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21일 도출한 1차 합의문에는 택배노동자의 작업 범위, 분류업무의 책임 소재, 택배노동자의 적정 작업조건, 택배비·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 방안 등이 담겼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없애기 위해 필요한 의제는 대체로 짚은 것이다. 다만 세부 실행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택배 노사 간 합의가 휴지 조각이 되곤 했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합의 이행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의문은 맨 첫머리에서 택배노동자의 기본 작업 범위를 ‘택배의 집화, 배송’으로 규정했다. ‘화물의 집화, 배송 등’으로 돼 있는 생활물류법상 규정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작업 범위가 모호하면 ‘을’인 택배노동자의 작업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대 쟁점은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범으로 꼽히는 분류작업의 책임 소재였다. 합의문은 분류작업을 택배사의 책임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택배노동자에게 분류작업을 시켜선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 연장선에서 택배사가 분류작업을 위한 전담인력을 투입하고 그에 따른 비용도 부담하기로 했다. 택배사는 분류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기로 했다. 과도기적 상황에서 택배노동자가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경우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수수료 액수는 별도의 분류인력을 투입하는 비용보다 높아야 한다. 택배노동자에게 분류작업을 시키려면 ‘비싼 비용을 치르라’는 것이다.

합의문은 택배노동자의 주 최대 작업시간은 60시간, 하루 최대 작업시간은 12시간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작업시간은 ‘분류, 집화, 배송, 상차 등 작업에 소요되는 모든 시간’을 원칙으로 정했다. 심야 배송은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하되 배송물량 증가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10시까지로 1시간 늘리기로 했다.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에도 배송 예정일로부터 최대 2일 뒤까지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이번 합의문은 보완이 필요한 ‘1차 합의문’이다. 당장 합의문의 작업시간 규정이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택배노동자에게 작업시간 제한은 ‘양날의 칼’이다. 건당 배달수수료를 받는 구조에서 작업시간 제한은 임금 감소와 직결된다. 택배노조는 “현재 수수료 체계에서 당장 노동시간 제한이 실시되면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노동시간 제한 조치 시행일은 추후 건당 배송수수료 인상과 연동해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을 거쳐 오는 7~8월 거래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최종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택배비 및 배송수수료 인상이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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