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양극화 해소 급선무..'바이 아메리칸'은 계속된다 [바이든 정부의 과제 ②]

이윤정 기자 2021. 1. 2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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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

[경향신문]

실업자 급증 등 경제위기에 대규모 경기부양책 내놔
녹색경제·부유층 세율 인상 등 ‘바이드노믹스’ 실험대

‘코로나19와 경기침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쌍둥이 위기’로부터 “미국을 구하겠다”고 공언했다. 1조9000억달러(약 2082조40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은 ‘미국 구조 계획’이라 명명했다.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바이든 행정부가 최우선으로 꼽은 7대 국정 과제 중에도 코로나19 대처와 경제 살리기가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미국을 경제위기에서 구해본 경험이 있다. 12년 전 버락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으로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도 미국은 금융위기로 휘청이고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수백만명이 집을 압류당했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는 부통령이 아닌 미국의 수장으로서 전임자가 남긴 막대한 정부부채와 심화된 양극화를 떠안은 채 국정을 시작한다.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바이든의 경제 정책)’ 구상은 이상적이다. 중산층 재건, 부유층 세율 인상, 녹색경제·인프라 투자, 제조업 재부흥 등을 내걸었다. 골드만삭스는 ‘바이드노믹스’가 성공한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레이건 행정부 이후 최고 성장세인 5~6%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을 더 공평하게

코로나19 팬데믹은 미국의 불평등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미국 억만장자 651명의 순자산은 팬데믹 직후인 3월부터 지난달까지 1조달러(약 1100조원) 증가했다. 자산의 36%가 늘어난 것이다. 반면 미국인 2200만명은 지난 3월 일자리를 잃었으며, 이 중 1000만명가량이 아직도 일터로 복귀하지 못했다. 팬데믹이 길어질수록 계층 격차는 회복하기 힘들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마크 잔디는 CNN에 “팬데믹이 끝나지 않는다면 개인·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아무리 많아도 경제가 되살아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퇴치에만 4000억달러(약 440조원)를 투입하는 이유다.

소상공인과 유색인종을 위한 정책도 강화된다. 중소기업 직원 급여를 지원하는 급여보호프로그램(PPP)과 별개로 50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이 신설된다. 흑인 등 유색인종 사업자들에게는 추가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교육 불균형 해소를 위해 유색인종 비율이 높은 학교에 지원금을 늘리고, 대학 학자금 지원책도 강화한다.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15달러(약 1만6500원)로 올리고 부유층 세율은 최고 39.6%로 책정할 계획이다. 다만 시행 시점은 팬데믹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형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국내정책관은 “섣불리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제가 제자리를 찾은 뒤 최저임금, 부유층 세율 인상 등의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바이 아메리칸’

산업·통상 부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천명했던 ‘미국 우선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전면에 내걸었다. ‘바이 아메리칸’은 1933년 제정된 미국법인데, 연방기금으로 구매하는 제품은 미국산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자국 제품을 사는 데 400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기업에는 정부와의 계약 자격을 주지 않고,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면 세제 혜택을 준다. 해외에서 생산한 미국 제품을 자국에서 판매할 때는 세금이 붙는다.

해외에 있는 미국 공장들의 노동 규정도 강화했다. 예컨대 멕시코에 있는 미국 기업의 노동자들은 미국 임금 규정을 따라야 한다. 저임금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린 미국 기업들이 자국으로 돌아오도록 유도하는 법을 계속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동맹국과의 연대 전선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양은영 코트라 통상지원팀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 논의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만으로 무역전쟁을 벌였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의회 논의를 통해 좀 더 정교한 방식으로 무역정책을 펼칠 것”이라면서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은 앞으로 더 면밀히 통상 관련 규정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색경제 강화…금융 규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녹색경제로의 급작스러운 전환은 쉽지 않다. 당장 석유·가스·석탄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일부 기업들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과 빅테크 기업 규제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규제 전문가인 중국계 경제학자 넬리 량을 재무부 국내금융담당 차관에 앉히고 금융권 건전성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또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민주당을 지지해온 만큼 ‘온건한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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